세든-브라운, 미운 오리들의 화려한 반격

세든-브라운, 미운 오리들의 화려한 반격

  • 기자명 김태우 기자
  • 입력 2015.09.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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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김태우 기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SK의 애를 태웠던 두 외국인 선수가 ‘미운 오리’ 신분을 벗어났다. 적어도 한 경기만 놓고 보면 남부럽지 않은 ‘백조’였다. 크리스 세든(32)과 앤드류 브라운(31)이 갈 길이 바쁜 SK를 뒤에서 힘껏 밀었다.

SK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7-2로 이기고 3연승을 달렸다. 18일 롯데와의 ‘5위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벼랑 끝에서 탈출한 SK는 19일과 20일 연달아 KIA를 잡고 5위 싸움에서 힘을 냈다. 그 중심에는 세든과 브라운이 있었다. 올 시즌 성적이 저조한 두 선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세든은 부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무대를 다시 밟았다. 2013년 14승의 경력이 화려해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기대치에 못 미쳤다. 시즌 11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6.05에 그쳤다. 믿을 만한 투구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브라운도 올 시즌 26개의 홈런을 치며 나름 제 몫을 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타율이 2할5푼5리에 머물렀고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214)이 바닥이었다. 해결사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좋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게 SK 벤치의 판단이었다. 세든은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9일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 15일 삼성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불안정했던 밸런스가 잡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운도 최근 10경기 타율이 2할에 불과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타구의 질은 괜찮다는 분석이었다. 김용희 감독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그런 두 선수가 이날 승리 주역이 됐다. 선발로 나선 세든은 KIA 타선을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0으로 앞선 6회 나지완에게 적시 2타점 2루타를 맞고 쫓겼으나 김다원을 루킹삼진으로 잡아내며 승리투수 요건과 팀의 리드를 모두 지켰다. 세든이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올 시즌 들어 처음이다.

브라운은 그토록 바라던 해결사 면모를 선보였다. 3-2로 쫓긴 6회였다. SK는 정의윤과 박정권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대수의 희생번트에 이어 박재상이 볼넷을 고르며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반드시 살려야 할 기회에서 SK의 대타 카드는 브라운이었고 브라운은 김광수의 초구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리자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려 우중간을 가르는 3타점 2루타를 쳐냈다. 흐름이 SK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세든은 "오늘은 특히 더 중요한 경기라 생각해 전력을 다했다. 야수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오늘 같이 중요한 경기에 내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한다. 팀 승리에 기여한 부분이 가장 기쁘다. 팀이 가을야구 티켓을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선수의 몫은 앞으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SK는 5위에서 경쟁하고 있는 롯데나 한화에 비해 남은 경기가 많다. 선발투수들이 4일을 쉬고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든이 이날처럼 효율적인 피칭을 보여줘야 한다. 브라운은 여전히 SK 타선의 키를 쥐고 있다. 타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기는 어렵겠지만 결정적인 순간 장타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타선 짜임새가 한결 무게감을 더할 수 있다. 시즌 끝까지 ‘백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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