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 신경림, ‘갈대’ 전문 1956년 에 발표된 이 시는 시인이 스무 살 때 쓴 처녀 작품이다. 시인은 충주고 시절, 국어시험시간에 시험지 대신 시를 제출할 정도로 문학 열병이 뜨거웠다. 대학 때 등단 후 지독한 생활고로 10년간 문단과 멀어진 채
[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전남 소록도에서 헌신한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되새기고자 개최한 영상감상 공모전에서 감동의 글들이 쏟아져 화제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오스트리아에서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전남 고흥군 소록도 외딴 섬에서 가난한 나라 한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40년 봉사한 후 은퇴할 나이를 넘어서면서 한국사람들의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편지 한 장을 남긴 후 한국을 떠났다.현재 그녀는 투병 중이고 한국의 관련 단체들은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자 세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가 있어야 할 자리이렇듯 시는 작고 하찮은 것, 그리고 낮고 외로운 자리, 곧 우리의 생활 속에서 우리와 하나가 되었을 때 제값을 할 수 있다.신경림은 ‘농무’(창비), ‘새재’(창비), ‘달넘세’(창비), ‘가난한 사랑노래’(실천문학사), ‘길’(창비), ‘쓰러진 자의 꿈’(창비) 등을 통해서 자잘한 삶의 결, 삶의 얼룩들을 하나하나 베껴가면서 시를 우리 곁으로 성큼 끌어당기는 데 큰 몫을 했다.우리의 생활 주변에 이러한 시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가 읽은 시들이 시의 전부인 양 어렵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와 가까워지기 위하여시가 어렵다고 야단이다. 맞는 말이다.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고 설명을 들어야 겨우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이렇게 독자의 가슴에 직접 부딪치지 않고 설명을 통해서 전달된다면 이미 그 시는 감동이 죽어 있는 것이다.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나온 시에 적당히 길들여져,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은 쓴다.특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시에 대한 접근 방식의 하나로 딱딱한 논문이 아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 2한 편 한 편이 독립되어 있어서 읽는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천오백여 명의 사람들 속에는 우리들의 역사,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이웃, 또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그런데 고은이나 김지하 또는 양성우 같은 시인을 권할 때는 한 가지 꼭 덧붙여 얘기해야 할 것이 있다.아직 그들의 시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시가 거칠고 투쟁적이고 어떤 이념을 앞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읽기를 거북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읽어보면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도는 크고 작은 섬이 41개로 이뤄진 덕적군도이다. 일본 침략 전까지는 ‘덕물도’라고 부르다가 일제 때부터 ‘덕적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섬사람들이 어질고 덕이 많은데서 유래했다. 덕적도는 우리 선조들이 한강 하류로 나룻배를 타고와 인천에서 중국 대륙으로 나갈 때 교두보로 삼았던 섬이다.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칠 때 산둥반도에서 덕적도 항로를 타고 들어왔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전략적 요충지 섬이었다. 덕적도 앞바다를 지나면 서해5도 섬들이다.덕적도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신경림, ‘별’ 전문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이었다. 새벽 지하철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서성이다가 스크린도어에 걸린 이 시를 읽는 순간, 그 무엇인가, 별똥 같은 것이 내 뇌리를 강하게 울렸다.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인생사, 사는 만큼 보인다. 눈빛만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젖은 어깨에 햇살 눈부시리, 메마른 허리에 봄바람 싱그러우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병호)가 봄을 맞아 새로운 ‘aT양재글판’을 선보인다. aT양재글판 2019년 봄편에는 신경림 시인의 시집 ‘쓰러진 자의 꿈’(1993, 창비)에 수록된 ‘만남’이 발췌ㆍ인용되었다. 작가, 시인 등으로 구성된 aT양재글판 문안선정위원회는 “햇살과 봄바람 등의시어가 계절과 잘 어울리며, 새로운 만남과 화합에 대한 기대감도 느낄 수 있다”고 문안 선정이유를 밝혔다.aT는 국민에게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 ‘목계장터’ 중에서 1979년 시집 「새재」에 실린 이 시는 4음보 민요가락에 3음보 가락을 적절하게 배치한 민요풍의 걸작이다. ‘하고’, ‘하네’, ‘라네’ 등 반복적 리듬은 시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런
철썩 철썩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뜨려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산,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뭐냐 나의 큰 힘을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치면서...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읊조리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해안트레킹. 가을 해안선 여행으로 그만인 코스 중 하나가 경주시 감포 해안길이다. 감포읍 주상절리 구간은 1.7km이다. 트레킹 코스인 ‘파도소리길’은 구간별로 몽돌길, 야생화길, 등대길, 데크길 등 해안 환경을 고려한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특히 등대길 구간은 파도, 등대, 주상절리의 자연경관을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