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학교에서는 활발했던 숙진이 동작도 큰 무대에서는 별 볼일 없어 보였다. 꼬맹이 평숙이가 남편 점심이 들어있는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등장할 때는 관중들의 카메라 후래쉬가 터지기는 했다. 남편은 소쿠리를 받아 내려주고, 아내는 남편의 땀을 닦아주는 어린 부부의 사랑스런 동작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큰 학교의 아까 그 학생에게 상이 돌아갔다.화려한 여학생과 멋쟁이 그 엄마는 트로피를 앞세우고 요란스럽게 떠났다. 우리에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순서가 바뀐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것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더구나 나는 무용에 소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터였다. 무용지도 하러 동작을 하려면 내 자신이 먼저 어색해서 얼굴을 붉힐 정도였다. 그래도 한 학교에서 한 가지 종목은 의무적으로 출전해야만 했다.나는 버스를 타고 친구를 찾아갔다. 주말에 비포장도로를 두 시간 가까이 달려간 곳은 내가 근무한 곳 보다 더 깡촌이었다. 친구 자취방에서 친구에게 무용지도를 받았다. 친구가 안무를 해서 밤새워 나에게 가르쳤다. 친구가 하는 무용을 보고 동작 하나하나를 내가 알아먹기 쉽게 꼼꼼하게 노트에 적었다.세수하기아침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나이든 선생님들도 아무소리 하지 못하고 교장선생님 뜻에 따르고 있었다.초임인 내가 입도 벙긋하지 못한 것 당연했는지도 모른다.언젠가 교육청에서 교직원들이 퇴근 시간이 되기 전에 퇴근 했는지 감사를 나온 적이 있었다. 감사팀은 퇴근은 고사하고 전 직원이 불을 밝혀놓고 종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돌아갔다.“우리 학교처럼 열심히 근무하는 학교가 흔치 않을걸”자랑스러워하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이라니.그 학교에는 교직원의 생일이 되면 집에 초대를 하는 관행이 있었다.무척도 부담스러운 그 행사는 그냥 당연한 듯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회색과 네이비, 분홍이 섞인 체크무늬에 커다란 하얀 칼라가 달린 여름 원피스는 정말 멋있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옷이다.)나는 네이비 색에 물결 잔무늬가 있는 것으로 맞추었다. 똑같은 디자인으로!그 옷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며 그녀가 더 기뻐했다. 그 뒤로 그 옷은 십년이 넘도록 내가 즐겨 입는 옷이 되었다.그녀의 덕에 봄, 여름, 겨울 옷 세 벌로 마음껏 멋을 부려봤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쩜 고가의 모피코트를 시골 먼지 많은 양장점에 며칠을 맡겨놓은 셈이라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독일장교 별명을 가진 엄한 교장 선생님의 눈 을 피해 딸감 공수작전에 한마음으로 뭉쳤을 아 이들.“아픈 선생님을 위해 불을 피워준 건 고맙지만 불은 위험하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렴. 정 말 고맙다”나는 어느새 목이 메고 있었다.나중에 들으니 망보는 일나뭇가지를 줍는 일 등 모두 역할분담을 해서 난로를 피웠다고 했다. 그 애들은 어느덧 내 보 호자가 되어 있었다.얼마 전 그중 한명인 효선이에게서 전화가 왔 다.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내 책 을 발견했단다. 출판사에 연락을 해도 개인정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청군, 이겨라!”“백군, 이겨라!”양 팀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앞서 달리던 선수를 따라 잡을 듯 말듯 할 때는 숨도 쉬기 어려웠다. 그 중 한 선수가 넘어지면 안타까운 비명이 운동장에 가득했다.응원석에서 응원하던 아이들이 마지막엔 트랙선 가까이 몰려가 응원을 했다. 위험한 일이었다. 흥분한 그들을 깃발로 막느라 교사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앞서간 선수가 하얀 테이프를 가슴으로 끊으면 게임 오버였다.“이겼다. 이겼다. 우리 청군(백군) 이겼다”이긴 팀은 만세를 부르며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석으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너무 빨리 터져 맥이 빠지거나 아니면 너무 늦게 터져 가슴을 졸이기도 했던 경기다. 바구니가 터져 쏟아지는 색종이 테이프와 꽃가루! 그리고 반공, 방첩, 새마을 등 시대를 대변하는 글귀의 플래카드가 길게 펼쳐져 관중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그 중에서도 운동회의 꽃은 역시 무용이다. 여선생님들은 무용을 나눠 맡아 얼굴이 검게 타고 목이 쉬도록 가르쳐야 했다.70년대 중반,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 무용 지도할 여교사는 달랑 나 혼자였다. 선배 여교사가 출산으로 휴가를 받은 때문이었다. 여교사는 하나인데도 운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지난 가을에도 10년 된 학부모가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며 따뜻한 떡을 해서 머리에 이고 학교로 찾아왔단다. 인기의 비결을 물었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소외된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은 것 뿐이야”그녀는 오늘도 소외된 아이들을 챙기고 있을 것이다.반 아이들을 위해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양 선생님. 그 분의 순수한 사랑을 보면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1학년 담임이 처음이라며 내 경력을 부러워했던 글 잘 쓰는 이 선생님이 있다.아이들과 한 마음이 되어 아이들을 보듬어 주던 이 선생님은 아이들의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나는 교직을 떠났다. 그러나 교직에 몸담고서 오늘도 아이들을 위하여 사랑으로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지켜보고 있다.요즘 항간에서는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 분들과 그 분들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를 하는 김 선생님. 그녀는 배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운동이라면 남선생님들을 능가하는 파워를 갖고 있다. 김 선생님은 50이 넘은 여자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을 마냥 사랑한다. 엉덩이를 두드리며 ‘강아지’라는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주영엄마양장점을 운영하던 주영 엄마가 나를 초대했다. 옷을 한 벌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나는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했다. 초대한다고 찾아가 옷을 맞추기엔 미안했다. 주변머리가 없기도 했다.몇 번이나 거절을 했더니 어느 날 옷이 선물로 왔다. 보랏빛 스커트와 조끼였다. 너무 마음에 들어 당장 입어봤다.그러나 예쁘긴 했지만 그 옷은 너무 작았다.주영 엄마의 눈 대중으로 만든 옷이기 때문이다. 내가 비록 너무 마른 몸매이긴 하지만 아이를 출산한 아줌마여서 맞지 않았다. 그 예쁜 옷은 한 번 입고 출근하는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수진 엄마손수 떠 주신 멋진 앙고라 긴 스웨터는 추운 겨우내 내 친구였다.을씨년스러운 교실에서 나를 포근히 감싸며 추위로부터 보호 해 주었다.영훈, 진우엄마친구 사이인 두 엄마는 말없이 학급 일에 이모저모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었다.1학년 교실에서 교장회의를 할 정도의 교실을 만드는데 주신 도움 지금도 잊지 못한다.영국신사라고 불렀던 진우와 그 어떤 아역 탤런트보다 예뻤던 영훈이는 둘이 성격이 많이 달랐음에도 그 엄마들처럼 친했던 아이들이었다.의혁이 엄마감이 익을 무렵이면 생각나는 분이다. 감 좋아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간식을 먹으며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하는데, 그녀가 울먹였다.“저는 이것도 잘한다고 맡기고, 저것도 저만 할 줄 안다고 맡겨요. 고학년을 맡아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나중에는 서러움이 북받쳐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고 있었다. 모든 여교사들이 쥐죽은 듯 숨소리도 못 내며 얼음땡이 되었다.모두들 그녀는 재능이 뛰어나니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까? 우리는 할 줄 모르니 잘하는 그녀에게 맡기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을까?우린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 모임 후, 우린 그녀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길치인 나는 좌회전 차선에 서 있었던 적도 있다. 곁에 있는 트럭 운전자 분께 울먹이며 사정을 말했다.“내가 수신호해서 막아 줄 테니 어서 가세요”나는 그 트럭 앞을 지나 우회전을 할 수 있었다.세상은 험하지만 고마운 분들은 많다. 만일 그 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시내를 한 바퀴 빙 돌아야했을 것이다.행여 택시로 가기엔 너무 먼, 결혼식장에 참석할 일이 있을 때면 며칠 전에 남편을 태우고 미리 가서 길을 익히곤 했다.그러나 친정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혼수상태에 빠져있을 때는 10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서 선생이 자네 아내였어? 에끼 이사람!”밤중에 학교 뒤뜰에서 나에게 주차연습을 시키는 남편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교감선생님이었다. 밤에 학교에 서류를 가지러 왔다가 우리를 본 것이다.남편과 교감선생님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친한 동료였다. 그러나 워낙 말이 없었던 남편인지라 아내가 교사인지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그날도 남들이 다 퇴근한 뒤, 주차 연습을 하던 터였다.“저 측백나무까지 갔다가 후진해서 주차장에 들어가면 신기하게 주차가 잘 된단 말이야. 나무야 고마워”우스갯소리를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나는 가끔 그 책을 꺼내 읽어보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참 많다. 빨간머리 앤, 소공자, 소공녀, 키다리 아저씨, 알프스소녀 등등등.요즘 ‘작은 아씨들’을 펼쳐보다가 나의 작은 아씨들 생각이 났다.시골 작은 학교에 근무하던 때였다.딸!딸!딸!딸!딸만 넷인 집이 있었다.지금은 딸이 더 좋다고들 하지만 90년대인 그 시절에는 아들 없이 딸만 있으면 서운하다고 하던 때였다.딸부자 집 그 딸들을 셋씩이나 담임을 했다.둘째 순정이셋째 순미막내 미정이까지 딸 셋을 연달아 가르치게 되었다. 신기한 인연이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열 한 번째 작은 이야기: 돈을 찾아라별별 내용의 편지 가운데, 다른 내용의 편지가 한 장 있었다. 잘못을 고백하는 00이의 편지가.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내 잘못으로 00이가 돈에 손을 대게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죄지을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로 다짐했다.돈 관리를 철저히 했기에 그 후론 단 한건도 담임 돈이 없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아이들과의 약속대로 그 이야기는 비밀에 붙여졌다. 30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이야기는 내 일기장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다.가슴을 졸이며 자신의 죄를 고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열 한 번째 작은 이야기: 돈을 찾아라바람직하지 않게도 학교에서 돈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길 때가 있다.그 일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형사도 아닌 교사가 해결하기는 참으로 난감하다.하다못해 돈을 훔쳐간 아이에게조차 상처를 주지 않게 하는 교육적인 지도가 필수인지라 부담은 더 크다.누군가 손을 댄 것은 분명한데 찾을 수는 없으니 교사의 고민은 커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아이들은 선생님을 만능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저학년을 하면서 돈에 손을 댄 주인공을 찾지 못할 때가 있긴 해도 그 돈만은 찾아 낸 경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여덟 번째 작은 이야기저학년 교실의 책상 줄은 아이들이 자주 밀었다 끌었다 해서 삐뚤빼뚤 엉망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 선생님 교실은 다른 교실에 비해 항상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비결을 물어 보았더니 교실 바닥에 매직으로 책상 다리 위치를 그려 놓는다는 것이다. 그 구멍에 책상다리만 맞추면 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우리 교실도 깔끔하게 정리를 할 수 있었다.인사도 바르게!글씨도 바르게!자세도 바르게!책상 줄도 바르게!몇 번씩 강조했던 말이다. 그 중에서도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여섯 번째 이야기 : 버릇 고치기 2-2“영숙아, 그건 부끄러운 버릇은 아니야. 그러나 넌 아직 어린애라 몸이 자라고 있는 중이거든? 네가 부비는 그 곳은 너무 연하고 예민한 곳이야. 그곳은 네가 어른이 되어 아기도 낳아야하는 아주 귀중한 곳이거든. 그래서 지금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곳이란다. 참을 수 있으면 참아보렴. 넌 그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선생님은 믿는다. 넌 할 수 있어”영특한 그 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는 몰라도 연하고 귀중한 곳이라는 말에 수긍하는 것 같았다.나는 그 후로 쉬는 시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다섯 번째 이야기 : 버릇 고치기 1-2나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아이의 손톱과 내 손톱을 차례로 깎는다. 처음엔 내 손톱만 자르고 아이손톱이야 깎는 시늉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내기는 시작이 된다. 그리고 달력에 ‘아무개와 선생님의 손톱 깎은 날’이라고 표시를 해 둔다. 교실에 걸린 달력에 자기 이름이 쓰이게 되니까 아이는 무척 좋아한다.“자 이제 선생님 손톱도 네 손톱과 똑 같이 짧아졌으니까 손톱검사 하는 날 누가 더 많이 길었나 내기 하는 거다”달력에 2주쯤 후의 날짜에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