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뒤바뀐 순서> - 2

2019-11-22     서성자 기자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학교에서는 활발했던 숙진이 동작도 큰 무대에서는 별 볼일 없어 보였다. 꼬맹이 평숙이가 남편 점심이 들어있는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등장할 때는 관중들의 카메라 후래쉬가 터지기는 했다. 남편은 소쿠리를 받아 내려주고, 아내는 남편의 땀을 닦아주는 어린 부부의 사랑스런 동작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큰 학교의 아까 그 학생에게 상이 돌아갔다.

화려한 여학생과 멋쟁이 그 엄마는 트로피를 앞세우고 요란스럽게 떠났다. 우리에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순서가 바뀐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시골학교의 우리는 초라한 성적을 안고 덜컹거리는 버스에 올랐다. 자꾸 눈물이 나왔다 아이들이 볼까봐 차창 밖만 내다봤다.

“순서가 안 바뀌었으면 우리가 상을 탔을 지도 모르는데…”

숙진이가 평숙이에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모든 게 내 못난 탓인 듯하여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꼭 그렇게 해서 어린 아이들 가슴에 상처를 남겨야했을까? 밤잠도 안자고 친구에게 배워 온 참 괜찮은 무용이었는데’

그 후 나는 아이들에게 열변을 토하곤 했다. 새치기는 정말 나쁜 거라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그러나 새치기가 어찌 그 때 그 것 뿐이었겠는가?

‘돈도 실력’ 이라고 큰 소리 치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가진 자들의 새치기가, 횡포가, 우리를 분노케 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억울했던 그 느낌이 살아나 가슴 한편이 먹먹해 지곤 한다. 그 때 순서를 제대로 지켜 큰 학교 여학생이 상을 탔다면 우리 팀이 억울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당연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 팀은 그만큼 잘 했다. 그러나 순서가 바뀐 것 때문에 우리 팀이 억울했던 것이다. 어쩜 우리가 상을 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1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