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세련된 고요함이 풍기는 장로의 손녀딸

2019-09-16     데일리스포츠한국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장로의 후의로 유리로 들어온 지 제 16일 째가 되는 날부터 그의 집에 유숙하게 되었다. 장로의 집에 머물게 된 첫날 그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오래오래 자고 일어났다.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마치 신선주 잘못 얻어마시고 잠든 나뭇꾼만큼이나 오래 잠을 잔 것만 같았다. 이 기분은 백 년 동안 고독했던 그의 몸 위에 세월의 낙엽이 덮여 썩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도, 마치 긴 겨울잠을 자다가 봄날 햇볕에 눈 뜨고 흙 밑에서 나온 구렁이나 두꺼비가 느끼는 약간은 ‘어릿두군’한 청량감이었다.

그는 서른세 해 전부를 걸쳐, 한 번도 장판 깐 방에 몸을 뒹굴려본 적도 없이 빈한한 세상을 살아온 사내였다. 그는 아직은 일어서서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앉아서 장로의 집 방안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새삼, 그는 한 돌중에게 베풀어준, 주인의 자상스러운 성품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양치질도 하고, 비누 세수도 해서 얼굴에 꼈던 기름때도 씻어냈다.

그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한 잔의 차를 따라 들며 연못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유리에 남겨두고 떠나온 계집의 얼굴이 한 연꽃처럼 오롯이 피어 올라왔다. 안개비와 황량한 들과 연 같은 계집은 그의 가슴을 후비며 한 방울의 눈물처럼 찝찔하게 그의 목구멍으로 넘어가 결국 그는 차를 마시지는 못했다. 그 때 잔잔한 수면 위에 두 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촛불중과 장로의 손녀딸이었다.

촐불중이 “스님입지, 이 숙녀님께 인사하십지. 우리 고을이 존경하옵는 읍장 어른의 손녀이십고, 판관님의 따님이십지”라고 말하며 그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합장을 했고, 천천히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순간 그의 시선은 항거할 수 없이 그녀의 시선에 엉겼다가 몹시 흔들려져 풀려났다. 그녀의 얼굴엔, 빈곤과 고통의 흔적이 없어 맑고 또 고왔다.

주인공으로선 세련된 고요함이 풍기는 장로의 손녀딸에 대해 그 이상의 표현을 허락할 수가 없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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