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장, 경계어 1호는 '사설 토토'

[현장]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장, 경계어 1호는 '사설 토토'

  • 기자명 신연재 기자
  • 입력 2015.12.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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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신연재 인턴기자] 2010년 4월, e스포츠판을 폭풍처럼 휩쓸고 갔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1(이하 스타1) 승부조작 사건. 총 11명의 전·현직 프로게이머가 대거 가담한 스타1 승부조작은 e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승부조작이었다.

가담한 선수들은 모두 형사처벌 받았고,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에 의해 영구 제명 및 포상 박탈 처분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실망한 많은 스타1팬들도 리그를 떠났다. 결국 승부조작은 스타1의 몰락에 일조하게 됐고 악질높은 범죄로 단단히 낙인 찍혔다.

이후 몇년 간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2),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등 리그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났지만 특별히 승부조작과 관련한 이슈는 나오지 않았다. 2014년, e스포츠 팬들을 경악에 빠트린, 한 현직 프로게이머의 자살 시도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LoL 프로게이머 '피미르' 천민기가 자신의 SNS와 LoL관련 커뮤니티에 감독의 강요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위한 공식 대회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됐다고 양심 선언 하는 유서를 남겼다. 그의 글은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팬들은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한편 승부조작을 주도한 감독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다행히 글을 게시한 직후 자살을 시도한 천민기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심각한 부상을 입어 오랜 입원 치료를 받아야했다.

이 사건은 1대 1 대전인 스타와 달리 LoL은 단체전이기 때문에 승부조작이 힘들 것이라는 세간의 평을 뒤짚어 놓았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5년 10월, 스타2 리그에서 또다시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이번 사건에는 10년 이상 e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던 프로게이머 출신 현직 LoL 감독이 가담해 더 큰 충격을 안겼다. 같은 팀 소속의 스타2 프로게이머 2명도 같은 이유로 구속 기소됐다. 협회는 가담자들은 영구 제명 조치했으며, 각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 승부조작 관련자들의 출연을 금지시켜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승부조작 때문에 e스포츠로 먹고 살던 선수들이 결국 e스포츠판에서 설 곳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승부조작이 발생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일까.

바로 사설 스포츠도박 일명 '사설 토토'이다. 승부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나 감독·코치들은 이 불법 도박으로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브로커에게 현혹돼 자신의 인생을 망칠 수 밖에 없는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것이다. 특히 그 배후에는 대부분 조직폭력배가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아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알려졌다.

더 나아가 불법 스포츠도박의 성행은 건전한 e스포츠 문화를 해칠 수 밖에 없다. 불법 스포츠도박꾼들은 대회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과 상반되게 선수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경기 결과나 수치에만 연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SNS 게시글이나 댓글에서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일명 '놀이터'를 홍보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놀이터'를 통해 누구나 쉽게 도박에 접근할 수 있고 간단한 절차만 거친다면 베팅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e스포츠 팬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들도 쉽게 불법 도박의 유혹에 노출된 상태다.

e스포츠 관련 단체들은 승부조작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다. e스포츠 팬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방송 플랫폼들은 승부조작과 관련된 사람들의 개인 방송을 금했다. 협회는 승부조작 가담자들에게 형사상 처벌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등 민사상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한 지난 2013년부터 e스포츠 선수들에게 승부조작과 관련한 서약서를 필수적으로 작성하게 했다. 매해 선수들을 대상으로 소양교육도 실시한다.

특히 협회는 지난 22일, 이재훈 서울지방경찰청 경위와 이재균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위원장 등 승부조작 사건 관련 실무자를 초청해 불법 스포츠도박 등 사이버 범죄와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소양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재훈 경위는 "불법 스포츠도박은 승부조작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니 e스포츠 선수들은 불법 도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절대 쳐다도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재균 경기위원장은 "e스포츠 특성상 승부조작의 꼬리는 반드시 잡힌다"며 "덜미가 잡혀 민사 소송까지 진행되면 승부조작으로 번 돈의 몇배가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조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노력은 물론 선수와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팬들은 스스로 불법 스포츠도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특히나 승부조작의 주 타겟이자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은 불법 도박을 멀리하는 것은 물론 혹여라도 승부조작과 관련해 유혹의 손길이 미치면 즉각적으로 신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yj01@osen.co.kr

[사진] 12월 22일 건국대 경영관에서 열린 '2015 e스포츠 선수 소양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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