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조작 의혹, 아이들이 멍든다

경기 조작 의혹, 아이들이 멍든다

  • 기자명 기자
  • 입력 2014.07.10 05:5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OSEN=이우찬 기자] “열심히 한 아이들에게 상처 준다.”

지난 7일 오후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포철고(경상권)와 제주고(남부권) 경기. 후반기 주말리그 마지막 한 경기가 열렸다. 6일 다른 경기와 함께 편성됐지만 우천 연기됐고 7일 이 한 경기만 열렸다.

9이닝 경기 시간 1시간 26분. 제주고 투수들은 8이닝 동안 78개를 던졌고 포철고 투수 한 명은 9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져 12탈삼진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포철고의 1-0 승리. 두 팀 모두 청룡기 전국 대회에 나갔다. 하지만 정정당당한 경기가 아니라는 의혹이 짙다.

제주고는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약 2시간 17분의 경기 당 평균 시간을 기록했다. 포철고는 앞선 4경기에서 경기 당 약 2시간 34분을 기록했다. 9이닝 1시간 26분 경기는 고교야구 5회 콜드게임 경기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 ‘1-0’ 점수는 짜여진 각본?
포철고와 제주고는 18일부터 열리는 청룡기 전국대회에 나가려면 포철고가 제주고를 정확히 1-0으로 이겨야했다. 앞서 끝난 경기에서 포철고의 경쟁 팀 대구고(경상권)가 3승 2패 28득점 15실점으로 마감했고, 제주고의 경쟁 팀 김해고(남부권)가 1승 4패 9득점 33실점으로 일정을 마감했기 때문.

7일 결과에 따라 포철고는 3승 2패 10득점 13실점을 기록했고 제주고는 1승 4패 5득점 32실점으로 리그를 마감했다. 포철고와 제주고는 각각 대구고와 김해고와 승률이 같지만 팀 최소 실점에서 앞서며 청룡기에 진출했다.

포철고가 청룡기에 나가려면 1점 이하만 내주고 이겨야했다. 2실점할 경우 20점 이상 득점해야했다. 또 제주고는 1점 이하로 패해야했다. 2실점 하면 김해고에 다득점에서 밀리게 된다. 포철고와 제주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 이상한 경기, 제지하는 감독자는 왜 없었을까?
해당 경기는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렸다. 대한야구협회(KBA) 말을 종합하면 이날 KBA가 파견한 감독관은 없다. 같은 구장에서 하루 3경기 이상 열리면 KBA에서 감독관을 파견하지만 보통 해당 지역 시도협회 전무이사급 담당관이 감독관을 겸임한다. 이날은 제주도 야구협회 박 모 전무이사가 이 경기를 감독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걸까.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는 제지되지 않았다.

심판은 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경기에서 구심을 맡은 박원정 심판은 청룡기 대회 진출 여부에서 미치는 최소 실점과 관련해 “심판은 어느 팀이 올라가는지 최소 실점이 어떻게 되는지 저희랑 상관이 없으니까 잘 모른다. 심판 역할만 한다”며 “심판들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심판은 2012년과 올 해 열린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모범심판상을 수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고교감독 A씨가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다. A씨는 OSEN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분명히 있다. 주루사로 죽고 두 팀 투수들이 강하지도 못한데 삼진 10개씩, 8개씩 먹은 것을 보면 정상적인 게임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부문에 대해 (제소 등의 형식으로)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만 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니다”라며 “감독관이 정상적인 경기를 하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야구협회에 섭섭한 것은 왜 감독관이 제지하지 않았는지, 왜 심판은 들러리 밖에 못 됐는지다”라고 했다. A씨는 “그 과정을 야구협회에서 제지하지 않았다. 경고를 주고 이런 경기하면 몰수패를 주겠다고 유도해 정상적인 경기를 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혀를 찼다.



▲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됐다. 조작 의혹이 짙은 경기로 인해 표면상으로는 청룡기 대회에 나기지 못한 김해고와 대구고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 정정당당한 룰을 통해 경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A 씨는 “열심히 한 아이들에게 상처 준다”고 했다.

청룡기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김해고와 대구고 3학년 학생들은 올 시즌이 사실상 끝났다. 9월 초 입시원서를 쓰는데 다음 대회는 8월 말에 열리는 봉황대기 대회다. 따라서 봉황대기 성적은 원서에 반영되지 않는다.

대학 입시 요강에 따르면 전국대회 출전 여부와 횟수는 주요 평가 항목으로 알려져 있다. 각 학교들도 아이들의 입시를 위해 전국대회 출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상처주면서까지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 침묵하고 있는 KBA
9일 오후 현재 대한야구협회(KBA) 홈페이지 신문고에는 현재 5건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승부조작의심’이라는 제목 등 포철고와 제주고의 경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실려 있다. 아직 대한야구협회는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rainshine@osen.co.kr

<사진 위>해당 기사와 무관.
<사진 아래>포철고-제주고 기록지 캡처.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