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합의판정으로 덕본 감독들, 롯데 김시진 64% 최고 성공률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합의판정으로 덕본 감독들, 롯데 김시진 64% 최고 성공률

  • 기자명 홍윤표 기자
  • 입력 2014.09.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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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판정 중.’

올해 프로야구가 후반기 들어 시작한 ‘심판 합의판정’ 시행에 따른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경기 도중 선수의 사인을 받거나 감독의 판단에 따라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돼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때, 야구장 전광판에는 ‘합의판정 중’이라는 자막이 뜬다. 응원에 열중하던 관중들도 그 순간만큼은 잠시 숨을 죽이며 귀추를 주목하게 된다.

올스타전 이후 7월 22일 경기부터 적용된 심판 합의판정은 7월24일 대전구장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첫 판정번복 이후 9월 14일 문학구장 NC-SK 와이번스전까지 166게임 가운데 모두 90회나 있었다. 이는 두 게임 당 한번 꼴이 넘는 재심요청이어서 심판 판정에 대한 감독들의 불신이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90회 중 판정번복이 이루어 진 사례는 38회로 번복 율이 42.2%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자면, 최초 심판 판정이 ‘비디오 리플레이’ 정밀 판독 결과 절반 가까이 뒤집어졌다는 얘기다.

합의판정을 가장 많이 요구한 감독은 NC 김경문 감독으로 모두 14차례였고,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송일수 두산 베어스 감독도 11차례나 심판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은 6차례밖에 요청하지 않았다.

물론 합의 판정 요청과 성공률, 곧 판정번복까지 이르러 재미를 본 것은 편차가 크다.

판정 번복을 가장 많이 이끌어낸 것은 김시진 롯데 감독이다. 김 감독은 11차례를 요청해 7차례나 성공했다. 번복 성공률이 64%다. 그 다음으로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이 나란히 10차례 요청, 6차례 성공으로 60%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이들 감독들의 눈썰미가 예리했다고 해야 할까. 성공률 최저는 송일수 감독이었다. 송 감독은 모두 11차례나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단 한차례만 번복됐을 뿐이다. 류중일 감독도 6차례 중 한번만 성공했다. 그밖에 김경문 감독은 14번 중 4번,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10번 중 4번으로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낮았다.

그 뒤로 김응룡 한화 감독과 선동렬 KIA 타이거즈 감독은 나란히 50% 성공률(김응룡 10회 중 5회, 선동렬 8회 중 4회)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야구 판정이 합의제로 인해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말썽이야 줄어들긴 했지만 최초 판정이 뒤집히는 것은 심판으로선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판정번복이 바로 ‘오심’을 뜻하기 때문이다.

도상훈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합의판정 번복 사례를 포함 오심의 횟수에 따라 심판 고과 평점에 반영이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명백한 오심과 육안으로 도저히 판독하기 어려워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서 번복된 판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의 ‘챌린지’를 본 따 여건이 미흡함에도 KBO가 과감하게 도입한 합의 판정제는 그런대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만하다.

무엇보다 우려했던 경기시간 지연이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KBO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합의판정 신청 소요시간이 평균 17초, 합의판정을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분가량으로 합쳐서 2분 30초에서 길게는 5분이 걸렸다고 한다. 이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이닝 중에는 30초, 공수 교대시 10초 안에’ 요청을 해야한다는 시간제한을 둔 덕분이기도 하다.

번복율도 메이저리그의 45%대에 비해 낮다. 우리 프로야구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가 약간 낫다는 것이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당초 우려했던 3가지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번복 율이 생각보다 낮았고, 둘째, 걱정했던 소요시간이 메이저리그보다 짧았으며, 셋째, 메이저리그처럼 합의판정 센터를 운영하지 않고도 관중이나 감독, 심판들이 긍정적인 수용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판정은 별도의 운영센터를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염려했던 것보다 안착 경향을 보여 굳이 중간평가를 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밝은 눈’이 판정번복을 유도해 팀 승리로도 이어진 사례는 꽤 있다. 그렇다고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사나 ‘안 되면 말고’ 식의 합의판정 요청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경기시간 지연은 결국 관중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합의판정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심판도 판정번복을 부끄럽게 여기고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누가 봐도 명백한 오심을 저지르는 것은 심판 자격을 을 의심케 할 수밖에 없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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