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배두나·김시은 '다음 소희'...반복되는 현실에 던지는 날카로운 화두

[시사회] 배두나·김시은 '다음 소희'...반복되는 현실에 던지는 날카로운 화두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2.01 12:55
  • 수정 2023.02.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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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리 감독, "많은 소희들이 영화를 통해서 살아가길"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배두나, 김시은 주연 정주리 감독이 주연을 맡은 영화 ‘다음소희’가 드디어 국내 개봉한다.

영화 ‘도희야’로 국내외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은 정주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다음 소희’의 언론배급시사회가 31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진행됐다. 자리에는 정주리 감독, 배우 배두나, 김시은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주리 감독은 2014년 장편 영화 ‘도희야’로 데뷔한 후 제6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을 비롯, 토론토국제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국내 또한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황금촬영상을 차례로 수상하며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다음소희'는 제26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제12회 암스테르담영화제, 23회 도쿄 필맥스영화제, 6회 핑야오 국제영화제 등 수상 기록을 휩쓸며 극찬을 받았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다음 소희’는 정주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도희야’에서 활약한 배두나가 다시 한번 주연으로 나섰다. 작품은 2016년 이동통신사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가장 마지막에 방어하는, 소위 ‘욕받이’ 부서에 배치된 19살 고등학생을 통해 당시 특성화고 학생들의 처할 수 있는 취업 시장의 실태를 드러내 충격을 안긴다. 노동법과 교육법 사이에서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학교의 취업률 달성을 위해 소모될 가능성이 높은 현장 실습 학생들의 상황도 함게 곱씹어보게 되는 작품이다.

영화는 춤을 좋아하는 특성화고 학생 소희가 선생님의 추천으로 콜센터에 입사하며 시작한다. 사무직이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도 잠시, 소희는 고개의 비방과 욕설을 견디고 회사의 불공정한 계약 조건에 점차 절망에 빠진다.

‘다음 소희’가 데뷔작이라고 알려진 신인 배우 김시은은 고등학생 ‘소희’가 변화하는 과정을 선명한 명암으로 표현해냈다. 고등학생의 맑은 표정과 당시 나이대 학생이라면 마땅히 가질법한 서툴고 솔직한 감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정주리 감독은 작품에 대해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다. 콜센터 환경이나 일하는 조건 들을 가급적 사실적인 것들로 채우려고 했다”며, “지금 그 이야기를 해야 했던 이유는 너무 늦었지만 제가 이제야 그 사건에 대해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건의 전과 후를 모두 알아가면서 어쩌면 저도 그 일들을 반복하게 한 사회의 일원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소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시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이 작품을 내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워낙 좋다보니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며 처음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감독님께서 처음 만난 날 대화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날 바로 소희가 됐다. 대사를 하지도 않고, 평범한 대화만 나눈 게 다였다. 정주리 감독님과 함께 하는 작품인데 배두나 선배님과도 연기할 수 있는 영화를 첫 작품으로 참여하게 된다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들었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받고 있어 다행이다”며 캐스팅 일화와 함께 출연 소감을 밝혔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는 ‘다음 소희’에서 ‘소희’의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으로 분했다. ‘소희’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면, ‘유진’은 감독이 만든 인물이자 사건의 바깥에서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역할이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믿고 보는 배우인 배두나는 ‘소희’의 이야기에서 ‘유진’의 시점으로 넘어가며 달라지는 작품의 분위기를 자신만의 톤으로 납득시켰다.

그는 “감독님과 ‘도희야’ 작업을 한 지 7년이 지났을 때쯤 시나리오를 받았다. 감독님께서 또 이런 좋은 이야기를 쓰셨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구나, 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소재와 주제 의식 모든 방면에서 감독님께 다시 한번 반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무슨 역을 어떻게 주시던 서포트 하고 필요할 때 옆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주리 감독과 다시 작업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배두나와 두 번째 장편 영화를 함께 하게 된 정주리 감독은 “사실 ‘유진’은 이 사건과 현장실습 문제에 대해 고민하셨던 분들이 실제 모델이다. 직업이 형사여야만 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수사를 해야 하는, 사건 이후 바로 그 현장에 나타나는 인물이어야 했다. 한편으로 그 인물이 공직에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유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제 상상을 벗어날 정도의 섬세함이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런 인물이어야 했고, 그런 사람을 제대로 연기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유진’ 역이 배두나여야만 했다”며 배두나를 향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는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형사이지만, 그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막상 해보니 막막하더라. 콜센터, 학교, 교육청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화도 내보고 바른 말도 해보는 인물이다.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모멸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오히려 소희에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소희’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개된 이후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김시은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다음 소희’는 한국적인 정서가 짙다고 느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보니 이 이야기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더라. 다른 나라 곳곳에도 수많은 소희가 있다는 걸 알려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남다른 출연 소감을 밝혔다.

정주리 감독 또한 “영화의 모든 부분이 사실적일 수는 없지만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한 특성화고에서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시고 이 전체 이야기보다는 한 아이가 살았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중 배두나와 김시은은 직접 춤을 춘다. 춤은 ‘소희’와 ‘유진’을 이어주는 첫 단추다. 배두나는 춤을 추는 장면에 대해 “아무 정보 없이 처음 보시면 깜짝 놀라실 수 있다. 어떤 분은 깔깔 웃으실 수도 있지만, 소희에게 춤이 굉장히 중요한 표현 요소인 만큼 유진도 춤을 좋아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뒤늦게 춤을 배웠다. 이 연기를 위해 진지하게 스웩을 뽐내면서 힙합춤을 추고 한달 정도 연습을 했다. 감독님이 강력하게 말씀하셔서 연습을 했고, 그래서 소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생겼다”며 웃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춘 김시은을 향해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 김시은은 현장에서도 정말 소희 같아서 시나리오를 알기에 이 친구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춥지 않냐, 이 말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김시은이 연기 때문인지 추운 1, 2월에 슬리퍼만 신고 있더라. 그래서 메소드라고 막 놀렸다”며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김시은 또한 “신고 벗고가 불편해서 신발을 그렇게 신었는데 너무 춥지 않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현장에서도 엄청나게 밝은 에너지를 받아서 또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며 배두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소희’와 같은 아이들이 여전히 있는가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정주리 감독은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했던 당시 여수에서 요트 바닥에 있던 따개비를 따다가 학생이 죽었다.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때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고 분노가 일었었다. 교육부 장관과 대통령까지 나와 사과하는 일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사건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고 잊혀진다. 그 과정을 보는 것이 참담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근본적인 이유도 함께 전했다. 그는 “어떤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최대한 이해해보고 싶었다. 많은 소희들이 영화를 통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관객분들 마음속에 소희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다음 소희’는 내달 8일 전국 극장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용산=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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