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예비 후보...'성스러운 거미', 이란을 향한 문제작

[시사회]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예비 후보...'성스러운 거미', 이란을 향한 문제작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1.31 02:15
  • 수정 2023.01.3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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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영화 '성스러운 거미 '스틸컷 (사진=판씨네마 제공)
영화 '성스러운 거미 '스틸컷 (사진=판씨네마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영화 ‘성스러운 거미’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성스러운 거미’는 2000년 당시 16명의 여성을 죽인 이란의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제75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시작으로 세빌 유러피안 여우주연상, 스톡홀름 영화제 남우주연상, 판타스틱 페스트 감독상 등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쓴 작품이다.

‘성스러운 거미’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자흐라 아미르는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하는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작품은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예비 후보로 오르며 시의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작품의 감독 ‘알리 아바시’는 영화 ‘경계선’으로 2018년 당시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관념적, 시각적 충격을 뛰어넘어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감독으로 인정받은 그는 ‘성스러운 거미’에서도 강렬한 연출을 통해 메시지를 풀었다.

‘성스러운 거미’는 지난해 9월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되었다가 사망에 이른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와 논점을 함께한다. 최근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100여 명 이상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될 위기에 처했으며, 문화·스포츠·정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영화가 이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는 점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 '스틸컷 (사진=판씨네마 제공)
영화 '성스러운 거미 '스틸컷 (사진=판씨네마 제공)

작품은 초반부부터 리얼한 묘사로 시선을 붙들었다. 저널리스트 ‘라미히’가 연쇄살인마 ‘사이드’의 뒤를 쫓는 과정도 긴박하게 담겼다. 이란의 여성으로 살아가는 ‘라미히’가 마주하는 개인적인 갈등과 자신만의 종교적 신념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살인범 ‘사이드’의 범죄 과정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난다.

범인을 잡고자 하는 일념으로 치열하게 움직이는 ‘라미히’의 캐릭터가 현실감 있게 담겼다. 하지만 살인범 ‘사이드’ 서사의 비중도 높다. 살인을 정당화하는 범죄자의 자기합리화에 허를 찌르는 묘사가 눈길을 끌지만, 피해 사실이 흐려질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초·중반부에 살인범 ‘사이드’의 납치 과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의구심도 남는다.

그러나 알리 아바시 감독은 작품의 연출에 대해 “이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만 보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그 거울이 더럽거나 부서져 있을 수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끼는지 상당 부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를 위해 10년 이상 조사하면서 저는 희생자 가족들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억울함을 느꼈다. 희생자는 단지 숫자로만 기록되었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운명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연출자가 의도한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 '스틸컷 (사진=판씨네마 제공)
영화 '성스러운 거미 '스틸컷 (사진=판씨네마 제공)

‘성스러운 거미’를 완성시킨 주연 배우들의 활약도 화제가 됐다. ‘거미’역의 ‘메흐디 베자스타니’는 이란에서 손꼽히는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로, 이란 정부의 제재를 무릎 쓰고 갖은 직업적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 선정 올해의 100인에 선정된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또한 작품의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뛰어넘어 작품의 주인공인 ‘라미히’ 역을 직접 맡았다. 2000년대 다수의 연극 무대와 TV 시리즈, 영화를 통해 국민적 인기를 끈 스타였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과거 개인적인 영상 유출로 이란 내에서 심각한 박해와 검찰 조사를 받으며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배우다. 그는 오랜만에 복귀한 이란 작품 ‘성스러운 거미’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필람 영화로 손꼽히며 이란을 향한 문제작으로 지목된 영화 ‘성스러운 거미’는 내달 8일 개봉한다.

용산=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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