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멸의 음악과 사랑을 다룬 '베토벤'..."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

[현장] 불멸의 음악과 사랑을 다룬 '베토벤'..."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3.01.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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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첫공 이후 엇갈린 평..."관객 반응 통해 계속 발전하는 작품 보여줄 것"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EMK뮤지컬 컴퍼니의 다섯 번째 창작 뮤지컬 ‘베토벤’이 베일을 벗었다.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연 EMK 뮤지컬 컴퍼니의 신작 ‘베토벤’이 드디어 관객을 찾았다. ‘베토벤’은 EMK뮤지컬컴퍼니가 7년여의 시간에 걸쳐 제작했다고 알려져 수많은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뮤지컬 ‘베토벤’의 프레스콜이 19일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김문정 음악 감독, 이단비 대본 슈퍼바이저, 문성우 안무 감독, 배우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김진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베토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의 죽음 이후, 유품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을 향한 편지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천재성과 업적에 초점을 두기보다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의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진 1810년부터 1812년을 다뤘다. 역사상 최고의 거장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삶의 음영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동시에, 베토벤이 진정한 사랑을 마주하며 얻는 환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베토벤’은 1810년 당시의 베토벤이 느낀 고독함과 청력 상실,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베토벤의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과정을 무대에 오롯이 담았다. 프라하의 명소 카를교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베토벤의 감정선에 따라 급변하는 무대 세트의 스케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효신, 박은태, 카이, 옥주현, 조정은, 윤공주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됐지만, 지난 12일 첫 공연을 올린 후 호불호 짙은 관객평이 이어진 바 있다. 캐릭터를 불문하고 높은 소화력을 선보여 온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과 ‘엑스칼리버’, ‘벤허’,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 완성도 높은 작품들의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소식에 관객들의 기대가 폭발한 상태였다.

이단비 대본 슈퍼바이저는 ‘베토벤’에 대해 “베토벤이 사망한 이후에 발송되지 못했던 편지 한통이 발경 되면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한 “편지를 받는 대상은 불멸의 연인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창작된 이야기지만 역사적 사료를 모두 참고했다. 1812년도 그 시기에 므렌타노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두 인물이 그 시기에 만났을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 하에 만들어졌다”라고 전했다.

또한 “뮤지컬의 특성상 가장 극적인 순간에 집중해서 관객들과 공유하려고 했다. 일생을 담은 서사보다는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시기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청력 상실이라는 베토벤의 절망적인 상황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됐다”며 극의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50여 곡에 달하는 넘버는 모두 베토벤의 명곡에서 비롯됐다. 영웅 교향곡, 운명 교향곡, 비창, 월광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손길을 거쳐 뮤지컬적 어법으로 다시 태어났다. 워낙 유명한 거장의 곡이기에 익숙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뮤지컬 안에 녹아들면서 새로운 감상을 선사한다. 수 시간을 거쳐 찬사를 받아온 명곡의 힘이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이어졌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절망과 환희를 오가는 베토벤의 주위를 맴도는 혼령들의 안무도 인상적이다. 그의 음악과 감정을 형상화한 안무가들의 신비로운 움직임이 베토벤과 피아노만 남은 무대를 함께 채운다. 문성우 안무 감독은 “음악이 가장 중요했다. ‘혼령’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베토벤이 악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혼령’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표현법들을 음악과 조화롭게 시각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김문정 음악 감독은 ‘베토벤’ 역을 맡은 세 배우가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 배우 모두 연습실에서도 베토벤 캐릭터에 몰입하고자 하더라. 인상을 쓰고 걸어다니거나 뒷짐도 많이 진다”라며, “세 분 모두 베토벤의 캐릭터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몰입했다. 연습실에서도 롱코트를 입고 연습했고, 헤어스타일도 점점 베토벤과 비슷해지는 느낌”이라며 연습실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김문정 감독은 세 배우의 관전 포인트를 꼽기도 했다. 그는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 박은태는 섬세한 감정 연기와 미성을 갖고 있어 환희에 찬 목소리와 분노, 여러 가지 색깔들을 표현해내고 계신다. 또한 카이 배우는 가장 클래식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다. 카이는 대학교 때부터 베토벤의 음악을 많이 접했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전통적인 베토벤의 선율을 표현하는 데 있어, 카이의 목소리가 갖고 있는 전통성이 극을 보는 데 재미 있는 부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라고 정리했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카이는 ‘베토벤’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이 정확히 보인다는 철칙을 믿고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그가 만들어놓은 음악을 그대로,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라며, “제가 연기하는 베토벤의 감정이 대사와 어우러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카이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기에 ‘베토벤’의 음악과 대본이 어떤 방향과 쓰임새로 탄생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만약 베토벤이 뮤지컬을 본다면 굉장히 호탕한 웃음을 짓고 계시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친숙하게 듣고 있는 베토벤의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 당시 관중들은 불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향한 기대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은태는 “원곡과 음악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서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려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했다.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해야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음악에 짓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세 배우가 연기하는 극의 결이 다르다. 마치 세 가지 작품처럼 다른 느낌의 베토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극을 세 번 보시면 어떨까”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베토벤’은 실존 음악가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뮤지컬 ‘모차르트!’와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박은태는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두 작품에서 각각 ‘모차르트’와 ‘베토벤’ 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두 작품의 대본을 완성한 극작가 쿤체가 말하기를 모차르트는 나무 뒤에 숨어서 상황과 변화를 씨익 웃으며 재미나게 바라보는 인물이라면, 베토벤은 그 변화 자체에 뛰어들어 싸우고 부딪히고 공감하는 인물이다. 모차르트가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면, 베토벤은 더 고뇌하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지 않을까”며 두 작품과 인물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베토벤과 사랑에 빠지는 ‘안토니 브렌타노’ 역에는 배우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가 캐스팅 됐다. 세 배우 모두 수많은 작품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왔으나 사료에 의지해 연기해야 하는 인물인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안토니 브렌타노’는 베토벤과 사랑에 빠진 이후 가정과 사랑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역이다. 실존 인물이지만 창작진의 상상력이 어우러져 구체화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조정은은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것이 두 사람이 삶을 완전히 내던질 만큼 강렬하게 끌어당겼을까에 관한 궁금증도 컸고, 관객 분들이 어떻게 공감을 갖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랑을 몰랐던 한 남자가 사랑을 알게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해주고, 사랑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여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내던진다. 제 안에서 모두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베토벤’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둘의 사랑이 얼마나 불멸하고, 위대한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솔직한 해석을 밝히기도 했다.

옥주현은 “베토벤은 철저하게 자신을 껍질 속에 쌓아놓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도 언제부터 귀가 어떻게 안 들렸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로 살았다. 이렇게 살아왔던 위대한 작곡가의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크릿’이라는 중요한 부제가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안토니 브렌타노' 역을 맡은 (왼쪽부터) 배우 윤공주, 조정은, 옥주현 (사진=연합뉴스 제공)
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안토니 브렌타노' 역을 맡은 (왼쪽부터) 배우 윤공주, 조정은, 옥주현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공주 또한 첫 공 이후 드러난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정답은 없다. 지금도 계속 풀어가고 있고,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관객이 공감하게끔 표현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각본과 연출이 표현하고 싶어 하는 방향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단순히 즐긴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려워서 이번 작품이 재밌다. 관객의 반응에 호불호가 있지만 그걸 더 좋게 풀어나가기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힘들지만 좋다. 오늘 공연보다 내일 공연 그리고 마지막 공연이 기대된다”라며 작품을 향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거장 베토벤의 불멸의 음악과 사랑으로 환희를 선사하는 뮤지컬 ‘베토벤’은 오는 3월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서초=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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