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감독 선임 조건, ‘군중의 지혜’ 필요

한국 축구감독 선임 조건, ‘군중의 지혜’ 필요

  • 기자명 조성겸 독자권익위원장
  • 입력 2023.01.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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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데 이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각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의 작품상을 비롯해 4개상을 받았고, 한국의 연주자, 체육인, 작가 등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무대는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어제의 한국이 전쟁이 있었던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North Korea’와 ‘South Korea’가 혼동되었던 변두리 작은 국가로 여겨졌다면, 지금의 한국은 콘텐츠 분야의 슈퍼파워가 되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인의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에 의하면, 19세 이상 성인의 95% 이상이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물론 전통문화에 대해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65%는 우리 문화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달하였다고 보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K-pop의 확산에는 실력있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선발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연습생 모집 오디션에는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태국 등 각국에서 몰려온 영재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연습생으로 선정된다.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는 이러한 경쟁을 통한 선정과 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재의 선발과 교육은 K-pop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 종목 중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대표적인 것으로 양궁을 들 수 있다. 한국은 1984년 서향순의 금메달 이후 양궁 강국으로 부상했는데, 올림픽 금메달 수만 보아도 한국이 양궁 종목의 금메달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가져왔으며, 2위인 미국의 3배 이상이다. 이처럼 양궁이 40여년간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양궁 선수의 선발시스템과 교육에서 그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양궁은 학연, 지연, 추천, 봐주지 그 어떤 외부 변수도 개입 못하게 하고 오직 실력 만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 경기환경의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제공한다. 유전자 때문이라기 보다는 공정한 선발시스템과 과학적인 교육훈련 때문이다.

한국의 축구는 단일 종목 중에서 그 어느 종목보다도 높은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축구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종목은 없을 것이다. 감독이 대표팀의 성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오는 2월까지 새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할 일정이라고 한다.

백락상마 (伯樂相馬)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비루먹은 말이라고 소금수레를 끌도록 한 말이 사실은 천리마인 것을 백락이라는 사람이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락이 있고 나서 천리마가 있다고도 한다. 아무리 천리마라고 해도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수한 선수도 그것을 알아보는 감독이 있어야 기량을 펼칠 수 있다. 축구협회가 백락과 같은 안목을 가진 감독을 모셔와서 재능있고 실력있는 선수들을선발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구축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이를 통해 K-pop이나 양궁과 같이 한국 축구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백락의 안목을 가진 감독을 찾을 수 있을까? 백락은 자신의 후계자로 구방고(九方皐)를 추천했는데, 구방고는 말을 고를 때 ‘보지 않아도 될 점은 보지 않았고, 보아야할 것은 보았다’고 한다. 사실 인재를 선정할 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보는 것은 오히려 선택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구방고가 ‘보지 않아도 될 점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새겨볼 필요가 있다.

감독 선임에서 무엇을 보지 않아야 하는가? 양궁의 대표 선발에선 오로지 실력만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즉 실력 외의 것은 보지 않는 것이다. 축구 감독의 국적 같은 것이 보지 않아야할 것에 해당된다고 본다. 좋은 선수를 알아보고, 훈련시키는 역량이 감독선임에서 중요하게 보아야할 역량이라면, 국적은 이러한 감독의 핵심 역량과는 무관하다. 이처럼 보지 않아야할 것을 보지 않는 지혜를 발휘해야 백락과 같은 감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인 제임스 수로위에키는 한정된 전문가들의 판단보다 다양성을 가진 군중의 판단이 더 정확하다는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를 주장하였다. 우리도 이제 국내는 물론 외국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많은 선수들와 지도자들이 있고 축구에 관심 높은 국민이 있다. 군중의 지혜를 찾는데 필요한 기반이 갖추어진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은 스스로의 오류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의사결정과정에 보다 다양한 집단이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성겸(독자권익위원장·전 한국언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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