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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라지는 원클럽맨, 씁쓸한 팬들
  • 차혜미 기자 h_yemi829@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2.12.0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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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꿈꾼다. 

특급 FA들은 언제나 ‘갑’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FA의 축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수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이기에 행사는 했는데 돈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아야 하는 시장에서 세상의 냉혹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KBO리그 FA시장이 막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공시된 21명 중 12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퓨처스리그 FA로 새 팀을 찾은 이형종(키움)과 한석현(NC)까지 포함하면 23명 중 14명이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 풀린 돈만 약 750억 원. 14명 중 3명만이 원 소속 구단에 잔류했고, 9명 모두가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다. 팀을 대표했던 프랜차이즈 선수들도 예외 없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뒤 14년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내야수 김상수는 삼성을 떠나 kt위즈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47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뒤, 2019년 두산 주전 포수로 우승을 이끈 박세혁도 잠실에서 창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NC다이노스 창단 멤버였던 내야수 노진혁 역시 정들었던 팀을 떠나 롯데자이언츠로 향했다. 이외에도 포수 유강남(LG→롯데), 내야수 채은성(LG→한화), 외야수 이형종(LG→키움) 등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 팀을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팬들은 오랜 기간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준 선수들의 이적에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팀을 떠난 선수 모두가 팬들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상수는 2010년대 전반기 삼성 왕조시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첫 FA 자격을 얻은 2019년에도 3년간 18억 원에 계약했는데 당시에도 프랜차이즈 스타에 국가대표 경력까지 갖춘 20대 내야수로서 이례적인 ‘헐값’ 계약에 가까웠다. 이후 삼성은 세대교체를 시사하며 두 번째 FA에서도 김상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지 않았다. 

그나마 김상수는 전 소속팀 팬들의 동정과 격려라도 받았지만, 박세혁은 반응이 더 싸늘했다. 두산은 올 시즌이 끝난 후 이승엽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승엽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두산의 최대 약점은 포수”라고 지적하며 대놓고 박세혁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게 두산은 양의지 영입에 올인했고, 그의 복귀가 성사되자 두산 팬들은 일제히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박세혁은 다행히 NC에 둥지를 틀게 됐지만, 양의지를 놓친 NC 팬들의 반응도 좋지만은 않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노진혁의 이적도 NC 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NC에는 올 시즌 후 FA를 선언한 선수만 7명이었고, 최대어 양의지의 잔류를 이끄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기에 노진혁과의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것이 늦어졌다. 양의지를 떠나보낸 후에서야 노진혁과 만난 NC는 롯데와 같은 규모인 50억 원의 계약을 제안했지만, 노진혁은 협상에 임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느꼈고 부산행을 선택하게 됐다.

최근 몇 년간 FA 시장에서는 ‘프랜차이즈’란 명예 대신 ‘실리’가 강조되는 추세다. 팀의 상징과도 같던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FA가 되어 잇달아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게 그리 놀랍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해 박병호 역시도 현재 김상수, 박세혁처럼 친정팀으로부터 저평가를 받고 3년 30억 원에 kt로 이적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유니폼을 갈아입자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3년 만에 다시 30홈런을 넘겼고, 결국 홈런왕을 탈환했다. 

FA시장은 돈으로 본인의 가치를 평가받는 무대다. 하지만 당장 다음 시즌부터 익숙했던 유니폼이 아닌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상대 팀에서 뛰게 될 선수들을 생각하면 팬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들의 이적이 박병호처럼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은 과연 본인을 홀대한 친정팀들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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