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신수정 기자]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 축구팬들이 4년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외질의 사진을 들고 독일 대표팀의 태도를 비판했다.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코호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예선 2차전 스페인과 독일의 경기에서 일부 카타르 팬들이 튀르키예(터키) 출신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의 얼굴 그림, 사진을 꺼내들고 관중석을 채웠다.
무슬림 복장을 한 팬들은 한 손에는 외질의 사진을 들고 반대 손으로는 동시에 입을 막는 동작을 취하면서 독일 선수단을 지적한 것임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앞서 독일 선수들은 일본과 1차전이 킥오프하기 전 단체로 입을 가리면서 원 러브 완장 착용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했다. FIFA에서 착용을 금지한 이 완장은 성 소수자와 연대하고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캠페인의 일종으로,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인 개최국 카타르에 대한 항의로 해석됐다.
독일, 잉글랜드 등 유럽 7개 팀 주장은 이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려 했으나 착용 시 옐로카드를 주겠다는 FIFA의 경고에 계획을 포기했다. FIFA는 승인받지 않은 장비라 규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지만, 유럽 팀은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가 뚜렷한 이 완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자국내 인권문제를 거론한 독일 대표팀의 단체행동에 발끈한 카타르 팬들은 4년 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전 독일 공격수 메수트 외질로 하여금 독일의 양면적인 태도를 비꼬았다.
지난 2009년부터 A매치 93경기를 뛴 독일 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외질은 2018년 자신의 출신 탓에 쏟아지는 차별에 지쳤다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튀르키예 출신인 그는 일카이 권도안(맨체스터 시티)과 함께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가 국가 정체성이 의심스럽고 독재자를 두둔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독일 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비판의 화살은 외질로 향했다.
속앓이하던 외질은 당시 독일축구협회(DFB)의 라인하르트 그린델 회장과 올리버 비어호프 대표팀 단장이 외질을 희생양으로 삼는 발언을 하자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외질은 "나는 이길 때는 독일인이지만, 질 때는 이민자가 된다"고 쓴소리하며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한편 당시 외질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귄도안은 아직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2경기를 모두 출전한 그는 스페인과 1-1로 비긴 후 이제는 축구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이제 정치는 끝났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로서 처음으로 이번 월드컵을 개최해 자랑스러워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났다"라며 "이제 축구만 생각할 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