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신만 키운 MLB의 무책임한 노쇼

[기자수첩] 불신만 키운 MLB의 무책임한 노쇼

  • 기자명 설재혁 기자
  • 입력 2022.11.03 09:01
  • 수정 2022.11.0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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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가 개최 2주를 남기고 갑자기 돌연 취소됐다. 

MLB 사무국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이벤트 프로모터(주최사)와의 계약 이행 이슈 등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 11월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MLB 월드투어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MLB 월드투어는 오는 11~12일 부산 사직구장과 14~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총 4경기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28인과 KBO 올스타 28인, 영남 연합팀(NC, 삼성, 롯데)와 맞붙을 계획이었지만 첫 경기까지 2주 남은 시점에서 MLB 사무국은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월드투어가 공식적으로 진행된건 지난 4월이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KBO에 공식 제안을 했고, 허구연 KBO 총재가 이를 수락했다. 지난 9월 19일에는 부산시청에서 허 총재와 짐 스몰 MLB 수석부사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도 열리면서 절차를 밟아갔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몰 부사장은 "한국을 방문할 MLB 선수 명단은 조율하고 있다. 많은 선수가 한국 경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팬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선수들과 MLB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주요 유망주 선수들이 명단에 포함될 수 있을 것"라며 자신했다. 이에 국내 야구 팬들은 최고 수준의 리그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KBO도 월드투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MLB 연합팀이 1922년 이후 10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앞세워 선수단 구성에 적극 협력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고, LG 김현수와 키움 이정후, SSG 김광현, KIA 양현종, 나성범 등을 비롯한 국내 슈퍼스타들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까지 합류를 설득하면서 MLB 월드투어를 준비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한국을 방문하는 MLB 선수 명단은 실망스러웠다. 김하성과, 최지만, 박효준, 배지환 등 한국인 빅리거들과 살바도르 페레즈,랜디 아로사레나 등이 한국행이 결정됐다. 애런 저지,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올스타급 선수들은 물론이고 클레이튼 커쇼, 매니 마차도 등 한국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스타들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올스타급 선수들의 이름이 빠졌음에도 MLB 사무국은 높은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가장 고가인 고척돔 다이아몬드석과 사직구장 중앙탁자석이 39만원으로 책정됐고, 가장 저렴한 고척돔 외야 3·4층석도 6만원이었다. 한국시리즈(KS)의 3배가량 비싼 티켓 가격으로 예매 시작 후에도 저조한 흥행을 보였다.

오랜 시간 공들였던 월드투어였지만 흥행성이 떨어지는 선수단 구성과 터무니없는 비싼 티켓 가격, 비용 지불 등의 이유로 MLB와 프로모터간 의견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MLB 사무국과 프로모터간의 갈등으로 무책임하게 파행된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 수년 전부터 MLB 사무국은 한국에서도 일본, 대만처럼 올스타 투어를 개최하기를 자신들이 더욱 갈망했지만 준비 과정 6개월 동안 그에 걸맞은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MLB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 시장 개척을 노렸지만 이번 파행으로 MLB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결과만 낳게 됐다.

설재혁 기자 jaehyeok9@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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