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예매와 디지털 소외계층

[기자수첩]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예매와 디지털 소외계층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10.13 10:24
  • 수정 2022.10.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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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3년만에 정상 개최됐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해외 영화인들이 작품을 선보였고, 관객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대한민국 최대 영화 축제의 위상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축제의 장을 다시금 밝힌 것이다.

본격적인 작품 상영은 6일부터 시작됐다.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는 수많은 방문객이 모여들었다. 사전 예매 후 상영을 기다리는 줄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장 예매를 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표소 앞을 서성이는 노인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6일 오후 한 SNS 계정에서 이와 관련된 목격담이 떠올랐다. “한 할아버지께서 A4 용지에 직접 상영표를 그려서 정리해 오셨다. 상영코드를 부르며 예매를 하시려는데 모두 매진이었다”라며, “그 중 딱 한 자리가 남아있는 영화가 있었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라고 적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영화를 향한 애정으로 표를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부국제의 예매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의 작품 및 프로그램 예매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일반 상영작은 현장 예매도 가능했으나 이미 온라인 예매에서 매진을 기록한 작품은 표를 살 수 없었다. 사전에 현장 예매 좌석이 할당되지 않은, 사실상 전면 온라인 예매 시스템에 가까웠다.

이는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 19로 인해 장기간 줄을 서 인파가 몰리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온라인 예매 시스템으로 인해 디지털 소외 계층이 발생했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사전에 날짜, 시간, 작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표를 구해야 하는 이 방법은 비단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아직 낯설고 먼 방법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팬데믹을 기점으로 모든 사회·문화 시스템은 그야말로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았다. 영화와 공연 예매 시스템은 물론이고 각종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사람 대신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자리한다. 이런 추세에 노인 계층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복잡한 결제 과정, 작은 화면, 낯선 터치스크린은 노인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고 원하는 자리에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멀어지게 했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역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고령층(56.2%)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거부감이 들어서’(12.3%) 등의 답변이 나왔다. 디지털 기기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소외 계층을 위한 교육 지원과 복지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디지털 사용법은 이제 하나의 기본권처럼 자리 잡았다. 예매, 주문, 배달, 식료품 구매 심지어 집을 보는 일까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편리를 위해 발전시킨 디지털 기술이 교육과 복지의 손이 닿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에 어려움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그리고 보고 즐기고 싶은 것을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는 노년을 바란다. 누군가의 현재, 누군가의 미래를 위해 디지털 소외 계층을 들여다보고 빠른 시일 내에 해결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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