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모지에서 피어난 희망의 씨앗

[기자수첩] 불모지에서 피어난 희망의 씨앗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2.09.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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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민국 농구 U18(18세 이하)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0년 이후 22년 만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시간이 지나서야 한국 유망주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난 것이다.

2000년 이후 결승에 4번이나 진출했던 한국이지만 우승과 인연은 없었다. 한국 농구에서 내노라 하는 유망주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패했다. 심지어 가장 최근인 4년 전에는 한국 농구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현중과 여준석 등이 나섰지만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전만 하더라도 평가가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신들 만의 색깔을 살려갔다. 3-2 지역방어와 스틸을 앞세웠고 4전 5기 끝에 꿈에 그리던 아시아 정상에 섰다.

중국과 일본 등 라이벌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기에 감회가 더욱 새롭다. 특히 예선에선 중국에 패배했지만 4강에선 대역전극을 펼쳤다. 신체적인 조건에서 열세에 있었지만 이를 극복했다. 결승에서는 한일전이 펼쳐졌고 이번에도 역전을 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아기 호랑이들은 대회 내내 쉽지 않은 위기를 계속해서 맞이했지만 이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최근 한국 농구의 상황을 고려하면 어린 선수들이 달성한 이 업적은 더욱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식어가는 농구 인기에 최근 유망주 수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농구보다는 인기가 많은 야구, 축구로 유망주들이 빠져나가면서 제대로 대회를 치르기 어려운 학교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이번 대회 MVP를 차지한 이주영은 2020년 KBL이 선정한 ‘유망 유소년 해외 선수 육성 프로젝트’ 1기 합격생으로 해외 유망한 선수들을 경험했다. 이주영과 강성욱은 2019년 KBL 유스 엘리트 캠프에서 가장 돋보였다. 당시 방한한 세계적인 스킬 트레이너 조던 라우리는 “이주영과 강성욱은 완벽하다”라고 평가했다. 당시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대회에 보여줬다. 이들과 함께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준 이채형은 고등학교 시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 농구는 최근 갈수록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정된 자원과 환경 속에서 선수를 육성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농구인들의 질책도 이어졌다. 또, 지도자들이 성적을 내기에만 급급하면서 기본기가 떨어지고 오로지 승리를 위한 전술에 소모되는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자라나고 있었다. 이번 U18 선수들의 우승은 농구의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는 한국에도 여전히 희망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잠재력을 가지고 농구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U18 대회 우승은 한국 농구 유소년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 이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뤄낸 업적을 한 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희생과 노력만 강조하는 시대는 끝났다. 좋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어렵게 피어난 희망의 씨앗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지 않는다.

최정서 기자 adien10@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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