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장된 OTT 플랫폼 세계, 불거지는 저작인격권 논란

[기자수첩] 확장된 OTT 플랫폼 세계, 불거지는 저작인격권 논란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09.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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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OTT 플랫폼의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저작인격권’을 향핸 논의가 뜨겁다. 지난 2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를 연출했다고 알려진 이주영 감독이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쿠팡플레이가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발표했다. 본래 8편으로 구상됐던 작품이 창작진과 협의 없이 6부로 편집됐고,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내용으로 드라마가 공개된 데 유감을 표한 것이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 측에 재발 방지 약속을 주장하며 해당 작품의 제작진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쿠팡플레이는 6부의 재편집은 감독과 사전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반박하며 감독판 8부작 버전을 공개했다. 이 감독 측은 즉각 “감독은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받거나 수정을 거부한 적이 없다. 쿠팡플레이가 저작인격권 침해 행위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음에도 사건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주영 감독이 제작사에 요구한 권리는 ‘저작인격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뉜다. 여기서 ‘저작인격권’은 일반적인 인격권과 동일한 성격으로, 창작자의 저작물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정신적 권리를 뜻한다.

저작인격권은 ‘인격권’과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양도하거나,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저작재산권이 제작사에 이전되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2002년 윤태용 감독의 영화 ‘배니싱 트윈’에서 제작사가 감독의 동의 없이 선정적인 장면을 추가해 창작자가 이를 침해받았음을 인정받은 판례가 있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저작인격권과 관련하여 창작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존재한다.

그간 OTT 플랫폼의 강점 중 하나는 창작자의 권리 보호였다. 관객에게 작품 선택의 폭과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창작자의 편집권을 끝까지 보장하여 작품의 다양성과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작자와 제작사의 대립 갈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편집본을 제작사가 따로 요구하여 분량을 축소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후 쿠팡플레이와 이주영 감독 측은 19일과 21일에 걸친 비공개 회동에서 제작사의 사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혀졌다. 이주영 감독은 제작사 측에게 충분한 사과를 받았고, 성명표시권을 인정받아 ‘안나’에서 이름을 뺄 수 있도록 합의했다며 원만히 사건이 해결됐음을 전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는 이주영 측 변호사의 실명을 언급하며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르게 전달됐다”는 반박과 함께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고 전하며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갑론을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재 쿠팡플레이는 각종 작품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의 본격적인 흥행을 알릴 수 있는 첫 타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창작진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제작자가 원하는 편집본과 감독판을 별도로 공개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작품을 제작사의 의도에 맞게 편집했으나, 감독판을 공개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나’는 본래 한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작사 요구에 따라 작품이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감독판’이라는 부제를 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창작자가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분위기가 고착화가 된다면, 창작자의 권리뿐 아니라 추후 탄생할 창작물들의 다양성과 질의 문제로 파문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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