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참사를 막으려면 현실적인 '진짜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반복되는 참사를 막으려면 현실적인 '진짜 대책'이 필요하다

  • 기자명 신수정 기자
  • 입력 2022.08.25 08:32
  • 수정 2022.09.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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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신수정 기자] 예측 불가한 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지만, 똑같은 참사는 막을 수 있다. 순간만 넘어가기 위한 대책보다 모든 국민이 안전해지는 진짜 대책이 필요하다.

올여름 우리나라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마비됐고, 전국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인구가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폭우가 시작된 8일부터 하룻밤에만 반지하 침수(4명), 맨홀 빠짐(2명), 지하 주차장 침수(1명) 등 모두 8명(실종 뒤 발견 포함)이 숨졌다.

지난 8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선 40대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와 그 동생, 동생의 10대 딸이 반지하주택에 갇힌 채 목숨을 잃었다. 상도동의 반지하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졌다.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역도 그야말로 물바다였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에서는 천장에서 물이 새다가 무너졌다. 9호선 동작역 등은 빗물이 계단을 통해 폭포처럼 쏟아져 역 자체가 침수됐다. 또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나며 서초구 도로 위 맨홀 뚜껑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와 그 안으로 2명이 빠져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종된 2명은 사고 지점에서 1㎞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밖에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참변들이 연이어 뉴스에 나왔다.

100년 만의 폭우, 갑작스럽게 닥친 물난리는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있던 사회 문제도 떠오르게 했다. 물이 들어차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지하철, 빗발치는 신고속 긴박한 현장에 우선순위를 둘 수 없는 신고체계와 충격적인 인명 피해가 생긴 반지하 주택 등이다. 

서울이 물에 잠기는 사이 들린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퇴근 소식은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피해는 국민들이 오롯이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가 그친 뒤 나타난 정부는 화를 달래는 듯이 관련 대책들을 쏟아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4명이 목숨을 잃은 반지하 사고와 관련한 대책인데, "위험한 주거환경인 반지하를 없애버리겠다"는 선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지하공간은 주거 취약 계층의 안전에 가장 큰 위해 요인인 반지하주택을 없애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지하에서도 꿈을 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삶의 터전을 없애버린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선전포고 같은 이 발언은 반지하 주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는 "향후 20년 이내에 재건축 연한이 30년이 넘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258개 단지, 약 11만8000호를 재건축 후 용적률 상향을 통해 약 23만 호 이상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추가적인 내용을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반지하주택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상으로 이주 시 매월 20만원씩 2년간 월세를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그런데도 이 대책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며 비판했다. 시의 월세 지원 역시 "월 20만원씩 그것도 최대 2년간 준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서울에서 과연 월세방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설령 이주를 했더라도 2년이 지난 뒤에는 월세가 오른다. 이때 지원이 끊기면 대부분 사회취약계층인 이주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대책에 대해 "서울 주민들만의 혜택"이라며 지역 차별이라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반지하가 다른 주거 형태에 비해 안전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반지하를 점차적으로 없애나가겠다는 정책도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지하를 없앤다면 재해 앞에서 더는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번 사고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일 지 의문이다. 

반지하를 다 없애기 전 또다시 이런 폭우가 그들을 덮친다면 이런 사고는 반복될 것이다. 이와 함께 반지하가 아니라 지상층에 사는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지상층을 없애자는 의견을 내세울 것인지도 물음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 보다는 모든 국민들이 피할 수 없는 재해 앞에서도 최소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진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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