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거운 짐을 홀로 졌던 박지수, 웃으며 돌아오길 바라며

[기자수첩] 무거운 짐을 홀로 졌던 박지수, 웃으며 돌아오길 바라며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2.08.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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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부담감과 책임감 속에 달려온 박지수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와 안정이다.

지난 1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의 핵심이었던 박지수가 대표팀에서 하차를 한 것. 단순한 신체적 부상이 아닌 공황장애가 그 이유였다. 계속된 부담감이 박지수를 지치게 만들었다.

박지수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한국 여자농구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갖췄으며 기술이 좋고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박지수를 두고 농구계 관계자들은 '완성형 빅맨'으로 평가했다. 중학생 때부터 국가대표로 뛴 박지수는 2016-2017시즌 청주 KB스타즈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가 된 후에도 박지수는 늘 경계 대상 1호였다. 상대의 거친 반칙에 코트 위에 쓰러기지 일쑤였다.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남다른 승부욕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던 박지수는 항상 코트 위에 있었다. WKBL이 외국선수를 없애고 국내선수로만 시즌을 치른 이후에는 박지수에 대한 경계는 더욱 심해졌다. 박지수가 공을 잡으면 2~3명이 달라붙었다. 국제무대에서도 마찬가지. 박지수 정도의 피지컬을 갖춘 상대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든 박지수는 항상 집중견제를 받았다.

2018년부터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도전을 선언,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일원이 됐다. 겨울에는 한국에서 시즌을 치르고 여름에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 시즌이 끝나면 쉴 시간이 없이 또 다른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본선, 농구월드컵 최종 예선까지 치렀다. 2개의 소속팀과 대표팀 차출까지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러다 결국, 지난 시즌 대둔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박지수는 이를 숨긴 채 챔피언결정전을 소화했고 끝내 팀의 우승과 MVP까지 이뤄냈다. 박지수의 근성과 책임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챔피언결정전 당시에도 부담감을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박지수는 결과를 냈다. 부담감은 계속됐지만 최근까지도 다음달에 열리는 농구 월드컵, 2022-2023시즌 준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수는 어릴 때부터 항상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박지수가 있는 팀은 항상 성적이 좋았고 또, 성적을 내야 했다.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지난해 초 박지수는 자신을 비방하는 이들 때문에 우울증 초기 증세를 겪었다고 밝혔다. 성적을 무조건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비난이 결국 박지수를 지치게 만든 것이다.

돌이켜보면 박지수의 부담감을 나눌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았다. 대체자가 없었던 것도 맞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박지수인데..."라고 생각하며 암암리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강제로 안겨줬다. 박지수는 항상 버텨야했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 버티는 것도 박지수 혼자 만의 몫이었다.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박지수는 공황장애 초기 증상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자택에 머물면서 치료와 안정을 취하고 있다. 박지수의 소속팀 청주 KB스타즈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스타즈 관계자는 "박지수의 심리적인 치료가 끝나고 전문의의 소견을 충분히 반영에 복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건강한 박지수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남들은 1~2년 하기도 힘든 일을 박지수는 중학생때부터 짊어졌다. 부담감과 남다른 책임감 속에 달려온 박지수는 잠시 쉬어간다. 건강히 웃으며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진심어린 응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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