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뛰어넘는 ‘독립 훈장 신설’ 불가능할까–광복 77주년을 보내면서

이념 뛰어넘는 ‘독립 훈장 신설’ 불가능할까–광복 77주년을 보내면서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2.08.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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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제 77주년 광복절을 맞아 무명 광복군 17위를 국립묘지로 옮기고 독립운동가들에게 호적을 만들어 주는 행사를 가졌다. 또 303명의 독립운동가를 새로 유공자로 지정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고려인 마을에서는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 제막식과 특별전을 가졌다.

독립운동 함께 하고서도 방치된 ‘좌익’ 운동가들

그러나 아직도 명예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어둠’이 남아있다. 소위 ‘좌익 독립운동가들’이 그들이다. 좌익 독립운동가들도 상해 임시정부에서 정부를 함께 구성하고 똑같이 활동했다. 1927년 결성된 국내 최대의 사회운동 결사체 신간회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그러나 좌익사상이 들어오기 전인 1919년 3·1만세운동에 참여해 2년여의 옥살이까지 했던 의사 김범수는 그 이후 좌익운동을 했다고 유공자가 되지 못했고, 광주권 독립운동 배후·후원 인물인 강석봉도 마찬가지였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이었던 장재성은 1960년 제 2공화국에서 국가유공자가 되었다가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 취소되기도 했다. 백지동맹을 주도한 이기홍 등 피끓는 의지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 수백 명이 좌익이라고 하여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6·25 이후부터 남북한 간에 이념대립이 격화되자 그들을 ‘빨갱이’라고 하여 빼버리고 독립운동을 정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정권에 참여하지 않은 (좌익)독립운동가들에게는 전향적으로 (예우를) 검토하라”고 했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무명의 헌신”은 좌·우 독립운동가 모두를 의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광복군 유해를 이장하면서 “조국 독립을 위한 무명의 희생과 헌신을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무명의 희생과 헌신’은 분연히 나섰던 모든 독립운동가들의 용기를 말하는 것이지 좌익을 뺀 독립운동가만 지적한 것은 아니리라.

이렇게 국가 권력에 의한 차별이 되풀이되면 일본이 “자기나라 독립 유공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일본에게만 사죄를 요구한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여 우리부터 좌익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도 독립운동 자체만은 인정하는 대국적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대범하게’ 수정해야 한다.

첫째, 독립운동의 기간을 ‘1984년 동학농민혁명 이후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때까지’ 국내외에서 국가의 독립을 위한 활동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둘째, 1945년 해방될 때까지 ‘이념에 개의치 않고 오로지 독립운동 하나만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국외 독립운동에서 모스크바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아 활동한 것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의 독립운동에서도 사회주의는 사회변혁의 ‘사상적 도구’로 활용되었다. 학생독립운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제는 관련자들을 ‘○○주의’ 사상범으로 몰아 치안유지법 등을 적용하여 중형을 내렸다.

1945년까지의 功으로 유공자 정해 ‘제대로 된 역사’ 남겨야

셋째, 우리나라 상훈법에 ‘독립 훈장을 신설’하여 사상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 시대적 결과로 태어난 ‘새마을 훈장’은 있으면서 독립유공자를 예우하는 독립 훈장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좌익 독립운동가들의 순수한 독립운동에 대한 공(功)까지 묻어버리는 바람에 올바른 역사를 정리하는데도 차질이 생긴다. 하여 젊은 시절 그들의 독립운동에 보답하고, 제대로 된 역사를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0년 8월 이병훈 의원(대표발의) 등 국회의원 12명이 ‘상훈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우리나라의 해방과 독립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는 독립운동가들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하고 있으나 건국훈장은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 외국 원수에게도 수여되는 등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독립운동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는 이를 구분하여 서훈할 필요가 있다며 일제의 국권침탈과 식민통치에 맞서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만 수여하는 ‘독립 훈장’을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계류된 상태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인물 대부분은 세상을 떴다. 지금의 과제는 이념적 문제보다는 역사를 올바로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정리가 필요한 때이다.

‘독립 훈장 신설’법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 국가보훈처도 ‘大局的’ 결단 필요

광주의 13개 독립운동 기념사업 단체들은 2020년 8월에 독립 훈장 신설을 촉구했다. 수원시 박물관은 최근 사회주의 활동을 한 독립운동가 7명을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독립운동가 3,700명을 찾아낸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이태룡 소장은 “일제시대 판결문 등을 어렵게 찾아낸 독립운동가 상당수가 보훈처 포상 심사에서 보류 결정이 나거나, 광복 이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보류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금은 1950년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이 더 이상 적국(敵國)이 아니다. 좌익 독립운동가로 인한 안보상의 위협 요인도 줄었다. 독립운동가들을 보살펴줄 국가적 여력도 생겼다. 편향적으로 정리된 역사가 있다면 고칠때도 됐다. 독립운동가를 심사하는 국가보훈처의 대국적 결단을 촉구한다.

김 성 전 (사)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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