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 의미와 선진국의 위상 그리고 그늘

8ㆍ15 의미와 선진국의 위상 그리고 그늘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08.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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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민지였던 나라가 식민지지배를 한 나라를 넘어선 세 번째 국가가 되었다. 19세기 미국이 영국을, 20세기 말 아일랜드가 영국을, 그리고 21세기 2021년에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은 미국ㆍ프랑스ㆍ영국ㆍ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과 함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이른바 ‘3050클럽’에 당당하게 진입했으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앞의 선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스웨덴 민주주의의 다양성 연구소)

해외 원조로 지탱하던 최저빈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기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던 나라가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되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뿐만 아니다. 문화ㆍ예술ㆍ드라마ㆍ음악ㆍ반도체 분야에서 크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여름 제75회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2편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아 거듭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분야도 널려있다. 군사밀도 세계 1위, 미국산 무기도입비 1위, 원전밀도 1위, 빈부격차 1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180개 국가 중 32위로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2차대전 후 분단된 유일한 나라이며 전시작전지휘권을 외국이 쥐고 있는 것도 유엔회원국 중 유일하다.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 45.8%, 축산사료를 포함하면 20.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며,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이 오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출산율 역시 꼴찌 수준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산업재해와 자살 율도 세계적 수준이다. 모두 위험하고 심각한 형편이다. 특히 빈부 양극화 문제는 심각하다.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일구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함께 극복했는데 날이 갈수록 빈부격차는 더 벌어진다. 윤석열 정권의 조세정책이 재벌기업과 부자 감세에 역점을 두면서 쉬이 해소될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근대 시민혁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프랑스대혁명은 루이왕조의 부패와 특권계급의 폭정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2500만 명 인구 가운데 농촌 인구는 85%, 농민은 68~69%였다. 이런 상황에서 1% 정도의 귀족이 토지의 25%, 0.5% 수준의 성직자들이 6~10%의 토지를 소유하여, 두 특권계급이 국가 전체 토지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들은 세금도 내지 않았고 대부분 병역도 면제받거나 기피했다. 농경시대에 토지는 곧 재산의 모든 것으로 평가되던 시대였다.

우리의 실정은 어떨까.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상위 20대 하위 80의 구조였는데, 지금은 중산층이 크게 줄어 90 대 10 아니면 1 대 99의 구조에 이르게 되었다. 상위 10%가 국내총생산(GDP)의 25% 정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GNP) 3만5000 달러라는 화려한 수치 아래 국민 대다수는 자신의 몫을 갖지 못한 실정이다. 지나치게 국부가 소수 상류층에 집중되고 갈수록 고착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ㆍ법인세ㆍ부동산 보유세를 많이 깎아주었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 조처였다. ‘부의 세습’이라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구조화되고 있다. 헌법의 핵심 가치인 ‘민주공화’의 정체성은 어느덧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 검찰공화국이라는 반공화국의 터널을 향해 질주하는 형국이다.

선진국이 되었으면 명실상부 이에 걸맞는 국격을 갖춰나가야 한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생활고에 일가족의 집단 자살이 끊이지 않고 수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한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최저임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거나 물가상승률에 따라가지 못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고 국제권력정치의 농간으로 갈라진 민족의 분단을 치유하려면 먼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각료와 정치인들은 그 위치와 권한에 부합되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

최근 윤석열대통령의 언행과 집권당 지도부의 일탈 된 모습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선진국인가 되돌아보게 한다.

영국의 보수주의 이론가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는 자유와 정의”라고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는 35회나 거명했으나 정의는 사라졌다. 그래선지 정의롭지 못한 인사와 정책이 계속된다. 파충류적인 식성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재벌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까지 풀어주고, 다주택자들의 세금을 줄여준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시장경제체제일까. 호랑이와 염소를 한 울타리에 풀어놓고 자유 경쟁하라고 한다면 납득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며칠 있으면 8.15해방 77주년이다.

 

해방의 노래

1. 조선의 대중들아 들어보아라

우렁차게 들려오는 해방의 날을

시위자가 울리는 발굽 소리와

미래를 고하는 아우성 소리.

2. 노동자와 농민들아 들어보아라

놈들에게 빼앗겼던 토지와 공장

정의의 손으로 탈환하여라

제 놈들의 힘이야 그 무엇이랴.

 

독립행진곡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삼천리 이 강산에 먼동이 튼다

동포여 자리차고 일어나거라

아 해방의 해방의 종이 울린다.

 

우리 국민에게 8.15의 정언명령은 자주독립과 고루 잘 사는 민주공화국의 건설이다. 독립은 되었으나 자주는 이루지 못하고, 민주는 지켰으나 공화는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의 정신을 받들어 선진국의 위상에 걸 맞는 나라를 만들고자 8.15의 정신을 돌이켰으면 한다.

김삼웅(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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