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17일 김기영 감독 영화에 대한 검열자료와 문헌자료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1953년부터 1990년까지 총 35편의 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 김기영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김기영 감독 검열자료 컬렉션’에서는 32편의 연출작 중 24편의 영화에 대한 검열 관련 서류들을 원문으로 열람할 수 있다.
24건의 검열서류를 총 쪽수로 환산하면 1681쪽에 달한다. 김기영 감독은 앞선 두 감독에 비해 검열 관련 이슈가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하녀’(1960), ‘고려장’(1963), ‘화녀’(1971) 등 대표작보다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 초 사이에 발표한 후기작들이 검열대에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검열 사례로는 ‘느미’(1980)와 ‘반금련’(1982)이 있다.
1975년 만들어진 ‘반금련’은 5년 동안 4차례 검열에서 불합격됐고 대규모 재편집을 거쳐 6년 만에 통과했다. ‘느미’ 역시 시나리오 검열에서 개작 판정을 받았으며, 1차 본편 검열에서 불합격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에는 민원 서류에 구비해야 할 다양한 방계 서류(세금납부증명서 등)와 수입인지가 상당 분량을 차지한다.
검열자료와 함께 공개된 ‘김기영 문헌자료 컬렉션’은 영상자료원에 보존 중인 김기영 감독 관련 시나리오, 콘티 등 문헌자료를 정리한 컬렉션이다. ‘하녀’, ‘고려장’, ‘충녀’, ‘이어도’ 등의 연출작을 포함해 ‘백년한’(1963), ‘황혼의 만하탄’(1974)과 같이 그가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한 작품, ‘천국의 계단’, ‘내일은 비’, ‘아라리오 전설’, ‘생존자’ 등 끝내 영화화되지 못한 미완성작과 관련된 총 249점의 각종 문헌을 포함한다.
영상자료원은 “당시 다수의 영화 창작자들이 유신체제에 순응해 오히려 검열 관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기영의 작품세계가 1970년대 중반 이후 더욱 괴이하고 불온해져 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서류들은 검열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검열의 일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자료이기도 하다. 대중 또는 연구자가 김기영의 영화 세계, 나아가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발견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28일 공개된 김기영 감독의 문헌은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