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칸에서 환호한 한국 애니메이션, 그러나 우리는

[기자수첩] 칸에서 환호한 한국 애니메이션, 그러나 우리는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06.09 09:53
  • 수정 2022.06.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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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제75회 칸 영화제가 폐막 후에도 그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수상했고, 영화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개봉을 앞둔 두 영화에 이미 관객들의 기대가 굉장하다. 

쟁쟁한 감독과 배우의 수상과 더불어 주목할 게 또 있다. 단편애니메이션 ‘각질’의 단편영화 경쟁부문 진출이다. 이는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이후 두 번째 애니메이션 진출작이자, 단편 작품으로는 최초 기록이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애니메이션 장르의 영향력이 미비한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유의미한 성과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서울산업진흥원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매년 10여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선발, 편당 3000만 원가량 지원했는데 올해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그룹 지원 사업으로 방향성을 전환했다. 

한국 콘텐츠의 수요가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시장의 약진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족한 자본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탄탄한 시장 형성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중과 피드백을 공유할 기회가 부족했다는 데 있다. 

미국과 일본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약 60프로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애니메이션 내수시장을 다지고, 자국 대중과 소통을 통해 작품성을 확립했다. 최근에는 한국 웹툰이 이들 나라에서 애니메이션화 되는 경우도 생겼다. 한국은 현재 스토리텔링과 기술력으로 충분히 좋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음에도, 창작자가 다양성을 펼치고 관객이 폭넓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비단 단편 애니메이션의 실태만이 아니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 또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후에도 제작비, 마케팅 자본의 장벽에 부딪쳐야 했던 현실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먼저 창작자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을 만한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문수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각질’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물론 창작 예술 활동을 제도적 지원에 의존하도록 두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형성 자체가 불안정한 현실에 맞게, 신진 감독들이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 제작을 독려해 애니메이션 대중화를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 

또한 애니메이션의 주 향위층을 ‘아동’으로 제한하지 않고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 여기에 220만 관객을 기록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획을 그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황선미 작가의 동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혈연을 뛰어넘은 가족의 휴머니즘을 깊이 있게 다뤄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간 디즈니와 지브리의 행보도 참고할 만하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인간의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디즈니 또한 판타지적 세계관과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를 구현하며 흥행을 이었다. 2020년 개봉한 영화 ‘소울’의 경우, 일상과 꿈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타겟층을 아동을 넘어 성인으로 옮겼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이미 온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규제 완화로 극장의 회복기가 돌아오고 있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발전한 OTT 서비스 또한 활용도가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자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알릴 수 있는 시장이 전보다 더 탄탄해진 것이다. 이 지점을 파고들어, 동심과 제작사만의 철학이 적절히 배합되어 아동과 성인 모두 즐길 수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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