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국제도서전'...우리가 앞으로 뗄 '반걸음'이 어떤 자국을 남길지

'2022 서울국제도서전'...우리가 앞으로 뗄 '반걸음'이 어떤 자국을 남길지

  • 기자명 박영선 인턴기자
  • 입력 2022.06.0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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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책은 건축물이다'... 외 다수 강연을 통해 책의 가치를 돌아보다

1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A홀에서 개막한 '2022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1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A홀에서 개막한 '2022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팬데믹으로 인해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2022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다.

1일 2022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A홀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 3년만에 재개한 축제인 만큼 2만여 명의 방문자가 모여들어 긴 줄을 이뤘다. 또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 작가 김영하, 윤고은, 강화길 작가가 강연을 진행했으며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가 진행됐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반걸음’이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아가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주제전시 ‘반걸음’과 더불어, ‘SIBF 책’,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디지털북 책 이후의 책’, ‘책마을(독립출판·아트북)’, ‘책만남홀1·2’로 나누어 방문객을 맞았다. 전시 부스, 북마켓, 강연 공간 외에도 187여 개의 출판사와 협회 부스가 자리해 다채로운 도서를 접할 수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제전시 '반걸음' 부스
서울국제도서전 주제전시 '반걸음' 부스

주제전시 ‘반걸음’에서는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 있는 ‘반걸음’을 뗀 10개 브랜드와 ‘반걸음’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600권 분량의 북 큐레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반걸음’은 어떤 변화도 처음의 반걸음 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점을 끌어올린다. 또한 더 나은 사회로 반걸음을 내딛기에 앞서, 사회적 키워드를 담은 북큐레이션을 통해 책에 투영된 움직임을 살펴본다.

주제전시 ‘반걸음’은 유통, 식품, 패션, 코스메틱, 미디어, 에너지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룬다. ‘가파른 기울기에 비틀거리는 반걸음’, ‘나를 위해 한 발짝 전진하는 반걸음’, ‘좋은 사회로 중심 잡는 반걸음’, ‘평등하게 함께 걷는 반걸음’, ‘지구와 공생하는 반걸음’으로 스텝을 나누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회를 위한 더 좋은 방향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소개하고 보는 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며, 이에 맞는 북큐레이션을 통해 책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겼다.

1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책은 건축물이다' 김영하 작가 강연
1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책은 건축물이다' 김영하 작가 강연

흥미로운 주제 강연도 이어졌다. 코로나19를 맞이한 이후인 만큼 강연의 주제는 ‘우리가 팬데믹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장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후 2시 책마당 부스에서 진행된 김영하 작가의 강연 ‘책은 건축물이다’에서는 종이책이 지닌 무한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하는 강연에서 “이 기간(팬데믹)에 갑자기 많이 팔리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이 책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첫 해, 이후 갈수록 팩 판매가 늘어서 공식적인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라며 팬데믹 기간에 책의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들이 늘 뉴스에서 듣는 것은 출판 시장이 망해간다, 독서인구가 줄어든다, 라고 들으셨겠지만 2021년 출판계는 전반적으로 호황이었다. 서점 방문이 불가능해도 이 정도라고 한다면, 출판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한국출판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온오프라인 서점은 약 9.3% 신장됐다”라고 전했다.

작가는 통계를 바탕으로 팬데믹 시대에 ‘책’이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초기에는 유투브나 넷플릭스를 많이 보며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매체의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나지 않게 되었고, 반면 책은 예상을 뒤엎고 꽤 꾸준히, 견조하게 읽히는 매체가 됐다”라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의 육체는 집으로 숨고 우리의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것일까? 우리의 정신에게 책은 집 같은 공간이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하며 강연을 관통하는 주제를 밝혔다.

1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문학의 반걸음, 그 사이에서' 강연. (왼쪽부터) 윤고은, 강화길 작가, 서효인 시인.
1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문학의 반걸음, 그 사이에서' 강연. (왼쪽부터) 윤고은, 강화길 작가, 서효인 시인.

김영하 작가의 강연에 이어 열린 ‘문학의 반걸음, 그 사이에서’는 한국 여성 스릴러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강화길 작가와 아시안 최초 영국의 ‘대거상 번역 추리소설상’을 거머쥔 윤고은 작가가 참석했다. 이들은 강연을 통해 한국문단의 오늘과 우리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고은 작가는 한국문학이 어떤 반걸음을 내딛어야 하는지에 대해 “문학으로서 소설이라는 장르로서 사회를 얘기할 수 있는 방식을 계속 하게된다”라며, “더 밀착된 이야기, 조금 더 훅 들어가는 이야기들을 많이 써야 겠다는 고민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각지대를 다룬 이야기들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한다”라 전했다. 이어 다양한 언어권에서 독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번역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국내외 출판사 부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국내외 출판사 부스

책의 방향성에 관한 논의 외에도 다양한 출판·협회 부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간 드라마, 스릴러, 액션 장르가 전통적으로 우세했던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SF장르가 급부상했다. 국내 문학에서도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시작으로 SF 문학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찾는 관람객이 다수 보였다. 이번 도서전에는 1일 진행된 ‘한국 SF의 다음 발걸음’ 강연 외에도 2일 ‘왜? 지금, SF인가’, 3일 ‘SF소설을 SF소설답게 만드는 것들’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의 큰 의미 중 하나는 그간 알지 못했던 다채로운 출판물을 접하는 데 있다. ‘책마을’ 부스에서는 독립출판과 아트북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창작자의 개성과 출판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고스란히 드러낸 출판사와 작업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출판사마다 각자 다른 메시지와 특색을 선명하게 드러낸 다양한 굿즈도 인기를 끌었다.

3년만에 개막한 만큼 수많은 관람객이 도서전을 찾았다. 축제조차 열기 어려웠던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도서전에는 전과 다른 주제들이 눈에 띄었다. 지구, 기후위기, SF, 오디오북 등 책을 향한 시각이 더욱 넓어졌으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강연들이 다수 보였다. 팬데믹이라는 침체기를 맞이한 이후 열린 축제는 아직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관람객이 다채로운 국내·외 도서를 마주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은 5일까지 강남 코엑스A홀에서 이어진다.

 

강남=박영선 인턴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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