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토트넘 방한 경기와 K리그 자생력

[기자수첩] 토트넘 방한 경기와 K리그 자생력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2.05.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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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K리그는 쿠팡 플레이와 업무 협약을 발표하면서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 경기를 발표했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의 경기를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하지만 K리그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팬들이 많았다. 이유는 올해 한국축구 빅 이벤트가 많기 때문. 11월에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고 6월에는 U-23 아시안컵도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여유가 조금은 생겼지만 국제대회 일정이 전반적으로 빡빡하다. K리그도 사상 첫 겨울 월드컵으로 인해 역대 가장 빠른 2월에 개막을 했다. 휴식기도 많이 갖지 못한 채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이 방한하는 일정이 잡혔다. 팀 K리그에 선발된 선수들은 토트넘과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각 팀에서 선수가 차출되고 따로 모여 준비를 해야 한다. 경기를 치르기도 힘든 일정인 상황에서 A매치 일정도 전후로 잡혀있다. 선수 부상, 체력소모 등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 출전 어려움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토트넘 방한 추진 과정의 소통 문제도 지적됐다. K리그 일부 구단은 토트넘 방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쿠팡플레이와 손잡고 행사를 강행했다. 축구 팬들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불만은 더욱 커졌다.

K리그 팬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팬층을 유입하기 위해 대형 구단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 우리는 이미 2년 전 유벤투스 방한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에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유럽 클럽 축구 팀은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팀 K리그와의 대결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다를 수 있겠으나 그들에게 전력투구를 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보다 K리그 만의 콘텐츠를 확실히 잡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다. 올해로 3년 째를 맞이한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는 해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다. 각 구단의 감독들은 물론이고 선수들까지도 앞장서서 소속팀 마스코트에게 한 표를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콘텐츠가 선수단과 팬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해마다 반장선거의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처럼 각 팀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나와야 한다. 다시 인기를 되찾아가는 K리그가 장기적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지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지 기반이 확실한 팬덤을 구축한 후에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팬이 유입되는 것이 축구발전과 스포츠산업 경쟁력 높이기 효과도 더 크다. 겉멋 축구 이벤트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다지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거리가 있다. 한국축구 팬덤이 없는 축구발전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동안 차곡차곡 어렵게 쌓아온 K리그의 공든 탑이 흔들려선 안 된다.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토트넘의 방한 일정이 잘 치러지길 바란다. 다만 지난번처럼 팬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벤투스전과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K리그 지지 기반이 크게 흔들 수 있다. 다시 꿈틀거리는 K리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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