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폭력을 넘어 서로를 돕는 방법...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시사회] 폭력을 넘어 서로를 돕는 방법...영화 ‘플레이그라운드

  • 기자명 박영선 인턴기자
  • 입력 2022.05.16 14:02
  • 수정 2022.05.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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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주목한 신예 로라 완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메인 포스터 (사진=해피송 제공)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메인 포스터 (사진=해피송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학교’라는 세상을 아이의 심리에 맞춰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시사회가 지난 13일 오후 2시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최근 아동·청소년 집단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다수 보인다. 지난 달 개봉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최근 OTT 드라마 ‘소년심판’, ‘돼지의 왕’ 등이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학교’라는 집단이 내재하고 있는 폭력성과 더불어 사회적 관심의 부재가 어떤 사태를 불러오는지 드러낸다.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로 2021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 2022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숏리스트에 벨기에 대표로 출품된 작품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가운데, 로라 웬델 감독은 이를 정면 돌파하며 화두를 던졌다.

특히, “아동기의 아름다움은 모두 시적이지만, 잔인하기도 하다. 이 두 세계의 경계선은 매우 허술하다”는 로라 완델 감독의 말은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다.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스틸컷 (사진=해피송 제공)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스틸컷 (사진=해피송 제공)

영화는 첫 등교를 하는 노라(마야 반데베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낯선 공간이 주는 두려움에 노라는 계속 친오빠 아벨(군터 뒤레)을 찾지만, 학교 폭력 피해자인 아벨은 동생을 멀리한다. 자신과 함께 있는 것 자체로 노라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라는 점차 학교에 적응하는 듯하지만, 아이들이 아벨에게 가하는 폭력의 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아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라는 아빠에게 오빠의 피해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어른들의 대처에도 아이들의 폭력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라와 아벨은 이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아벨은 더 잔혹한 현실을 맞이한다. 가해자로부터 특정되자마자 아이들은 아벨을 함부로 대해도 될 대상으로 여긴다. 이러한 시각에서 친동생 노라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귈수록 아벨은 노라에게 짐처럼 다가오고, 오빠를 멀리하는 것이 자신의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는 방법처럼 느낀다. 아이들 사이에서 폭력은 그렇게 전이된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방관의 일종이라 여기는 행위가 어떻게 폭력의 일부가 되는지 선명히 드러낸다. 운동장, 쓰레기장, 화장실 등 어른들의 시야가 닿지 않은 ‘학교’의 구석구석은 폭력의 장으로 전락한다.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스틸컷 (사진=해피송 제공)
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스틸컷 (사진=해피송 제공)

‘플레이그라운드’의 공간 배경은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다. 등·하교가 꾸준히 반복되며 전개되는 영화는 흐름 자체로 관객을 압도시킨다. 괴롭힘이 시작되고, 심화되며, 그 상대가 바뀌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과정속에서도 아이들은 계속 학교에 간다. 이는 아이들의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다.

로라 완델 감독은 학교를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학교, 특히 운동장을 고른 이유는 그곳이 미시사회이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회와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투영된다”라며, “아동기는 인생과 관계들이 매우 강렬하게 발견되는 첫 번째 시기이다. 이 시간은 우리 내면의 풍경이 그려지고 형성되는 때이다. 학교 생활의 시작은 이러한 풍경에 영향을 주는데, 종종 어른으로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결정짓기도 한다”고 전했다.

음악 또한 관객을 압도하는 요소다. ‘플레이그라운드’에는 다른 배경음을 배제하고 오직 아이들이 내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이 장치를 통해 관객은 오롯이 그 공간에 던져진 노라의 심리와 동선에 집중한다.

영화는 노라의 성장을 또렷이 보여준다. 노라는 집단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를 인정하면서,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용기를 갖고 있다. 그 일부는 아벨을 향한 애정과, 노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해준 어른에게서 비롯됐다.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친절함이란 선천적이고 때론 소멸되지만, 다시 새롭게 학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플레이그라운드’의 마지막 장면은 이 아이의 힘을 남김없이 보여주며 끝이 난다. 작품은 관객이 가장 참혹하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모든 것을 상쇄시킬 장면을 선사한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집단의 특성을 감각하고, 폭력을 뛰어넘는 희망을 전달하는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오는 25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충무로=박영선 인턴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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