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TS, 알아서 간단다

[기자수첩] BTS, 알아서 간단다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2.05.12 09:00
  • 수정 2022.05.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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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돌 그룹 BTS의 군 면제 문제를 두고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중문화예술인의 국위선양 업적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병역 의무 이행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적 손실이자 전 인류의 문화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이라 불리는 이들의 반발이 심하다. 황 전 장관을 ‘아이돌 대변인’이라 칭하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BTS 팬들 역시 이렇게 언급되는 것 자체가 아티스트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며 성을 내고 있다.

이대남들은 BTS의 병역 특례를 두고 집안 사정이 어렵거나 혹은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는 이들을 예로 든다. 그러면서 ‘BTS는 군 복무 중 저작권료 등 수입을 얻기에 생계유지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 또 대중문화예술의 경우 순수예술의 콩쿠르처럼 공신력과 대표성 있는 지표가 없어 객관적 편입 기준 설정이 어렵고, 특례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BTS에 특례 적용 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오징어 게임’의 출연진 및 제작 스태프도 면제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황희 전 장관은 이번 문제에 대해 콘서트 1회당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 등 천문학적 수입을 언급했다. 또 BTS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 등 해외 유수의 음악상 석권한 사실도 덧붙였다. 만약 특례를 받으면, 경력 단절 없이 복무 중 받는 저작권료 보다 더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런데 콘서트 이익과 음악상 수상은 BTS의 영리활동으로,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들이다. 아이돌의 영리활동을 국위선양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다만, BTS의 군 문제를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BTS 소속사 하이브의 이진형 커뮤니케이션 총괄(CCO)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 간담회에서 “국회가 병역법을 조속히 논의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멤버) 본인들의 계획을 잡는 부분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아티스트(BTS)는 현재 병역과 관련한 업무를 회사에 일임한 상태”라고 밝혔다.

병역 특례를 재촉하는 듯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CCO는 “과거에 반복적으로 ‘국가의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말해왔고,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BTS 멤버 슈가는 지난 2020년 공개한 노래 ‘어떻게 생각해?’에서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라는 가사를 읊었다. 실로 강한 군 복무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에 일임했다고 해서 ARMY(아미·BTS 팬클럽 이름이자 영어로 군대라는 뜻)를 외면, 일구이언(一口二言) 할까.

2019년 BTS 리더 RM은 영어 가사 곡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1위를 하기 위해 정체성이나 진정성을 바꾸고 싶지 않다. 갑자기 완전히 영어로 노래하고, 이것저것 바꾸면 BTS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020년 100% 영어 가사의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했고, 지난해 역시 한국어 가사는 찾아볼 수 없는 ‘버터’를 내놨다. 스스로 내건 과거의 약속을 깨는 건 갑자기 영어로만 노래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알아서 간단다. BTS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길 바라본다. 아마 다수는 BTS 스스로 이 공언을 재확인시켜줌으로써 병역 특례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랄 것이다.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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