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스스로 장르가 된 뮤지션...‘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온다

[시사회]스스로 장르가 된 뮤지션...‘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온다

  • 기자명 박영선 인턴기자
  • 입력 2022.04.28 10:01
  • 수정 2022.04.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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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프로듀서 고영재 감독 작품

(사진=2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아치의 노래, 정태춘' 시사회 현장, 필앤플랜 제공)
(사진=2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아치의 노래, 정태춘' 시사회 현장, 필앤플랜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시대와 자유를 노래한 음유시인 정태춘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내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2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아치의 노래, 정태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권해효의 사회와 함께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고영재 감독, 정태춘, 박은옥이 자리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태춘은 1978년 ‘시인의 노래’로 서정적이고 한국적인 음율을 겸비해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아내며 데뷔한 포크 가수다. 그는 가요 사전심의 철폐운동에 앞장섰고, 소외된 주변부를 향해 음악적 시선을 보내온 시대의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40년에 이르는 정태춘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대표곡 28편을 담았다. 더불어 그의 동반자인 보컬리스트 박은옥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며 그의 족적을 따라간다.

작품은 정태춘이 남긴 음악과 행보를 첨예하게 보여줬다. 데뷔 당시부터 주요 방송 보도, 각종 극장 투어 등 미공개 아카이브 영상을 풍부하게 활용했다. 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를 두 시간에 이르는 다큐멘터리 안에 녹였다. ‘워낭소리’, ‘워낭소리’의 프로듀서 고영재 감독은 이에 대해 “정태춘 씨는 꼼꼼한 사람이다”며, “본인이 썼던 신문자료 영상 자료를 모두 보관하고 계셨다. 자료 분류 작업에만 육 개월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외국 뮤지션을 다룬 음악 영화에 비해 영상 자료는 부족했지만, 제작진의 아카이빙 노력으로 인해 밀도 있는 영화가 구축될 수 있었다.

(사진=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사진=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정태춘은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은 스타였지만 상업적인 커리어에 관심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오직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당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태춘은 사전 심의 검열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데뷔곡 ‘시인의 마을’은 엄혹한 사전 심의 제도에 의해 가사를 2-30군데 가량 수정해야 했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음율에 따라 마치 산문 형식으로 담아내는 것이 특징인 그의 음악적 개성은 그렇게 침해 받았다. 정태춘은 뮤지션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는 대신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의 길을 걸었고, 1995년 마침내 가요 사전심의제를 완전 폐지시키는 데 성공한다.

고영재 감독은 “정태춘의 음악은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단언코 서정과 서사를 동시에 아우르는 곡에 대해서는 정태춘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시대의 공기가 보이고, 어느 틈엔가 그 공간과 시대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정태춘은 말년이 되어서도 주변 공기를 잘 살피는 독보적인 뮤지션”이라며 그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 감독은 정태춘이 본 작품의 카피처럼 ‘스스로 장르가 된 뮤지션’이라 칭했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로 인해 고향을 잃은 정태춘은 2006년 이후 음악 활동을 단념하다, 2012년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발표한다. 그 이후에도 현재까지 곡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는 내 노래는 일기이면서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십여 년 전쯤에 노래를 접으면서 나는 더 이상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전하면서도, 최근 다시 음악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정태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일기도, 메시지도 아닌 그냥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인물의 업적을 나누고 평가하기보다 한 인간을 폭넓게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정태춘은 이날 이야기를 큰 과장 없이 드러내준 편집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작품은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청소년인권활동가 이수경 씨를 통해 2016년 촛불을 들은 채 처음 마주했던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2019년 정태춘의 노래 ‘5.18’로 한국 아티스틱 솔로 프리 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유나미 선수를 통해 상처가 치유의 예술로 승화된 현장을 그렸다. 또한 정태춘의 팬이자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인 50대 김미현 씨의 사연으로 오래된 팬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사진=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필앤플랜 제공)

2019년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정태춘은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작품에는 그간 작업한 곡들을 무대 위에 하나씩 풀어놓으며 관객과 소통하는 정태춘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특히 그가 광주 공연에서 ‘5.18’을 부를 때 마주한 일들이 눈길을 끌며, 그가 감내해야 했던 것들이 단편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평소 방송·매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알려진 정태춘은 이번 영화 제작에 대해 “저에게 있어 이 영화는 어떤 한 가수의 일대기다. 그 속에 드라마와 음악이 담긴, 그래서 하나의 즐길거리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특별한 부담을 가지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태춘의 음악적 동지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보컬리스트 박은옥도 이 영화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박은옥은 섬세한 목소리로 정태춘의 음악이 시작된 시점부터, 성장하고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함께한 벗이다. 박은옥은 부부가 지나온 시대를 겪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다큐멘터리 개봉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정태춘의 다양한 음악과 선택들, 음악적 여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전하며 코로나 19로 인한 극장 침체기에 다시 활력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환란의 시대에 선명히 빛났던 정태춘의 신념과 음악세계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내달 18일 개봉 예정이다.

 

용산=박영선 인턴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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