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악인물’ 배제와 ‘원칙있는’ 정치를

‘5악인물’ 배제와 ‘원칙있는’ 정치를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04.21 09:51
  • 수정 2022.04.21 10:0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하여 주요 관직 예상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비리 혐의자들도 적지 않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글쎄다.

공자가 노나라 재상일 때, 당대의 실력자인 소정묘(少正卯)를 처형했다. 덕치와 인(仁)을 주장하면서 그러느냐는 제자들에게 공자는 단호히 말했다. “사람에게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5악(惡)이 있다. 소정묘는 그 5악을 골고루 갖춘 인물이다. 그래서 덕치와 어짐에 어긋나는 것을 알지만 바른 사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참하게 된 것”이라면서 5악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만사에 빈틈이 없고, 시치미 딱 떼고 음흉하게 나쁜 짓을 저지른다. 둘째, 하는 일이 조금도 공정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공정한 체, 강직한 체 한다. 셋째, 거짓말투성이면서도 구변이 좋아 그럴싸하게 사탕발림을 한다. 넷째, 성품은 흉악한데 기억력이 좋고, 박학다식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속인다. 다섯째, 독직과 부정을 일삼으면서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너그럽고 청렴결백한 채 한다.

소정묘는 공자와 같은 성인이 오죽했으면 처형까지 했을까 하는 5악의 표상적 인물이라 하겠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위에 이런 인물이 없는가. 설혹 전문성이 있다거나 선거과정에 많은 기여를 했더라도 과감히 내쳐야 할 ‘요주의’ 인물상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첫 작품인 인수위와 각료 후보 추천을 두고 ‘서ㆍ오ㆍ남ㆍ영’ 이란 평가가 따랐다. 서울대ㆍ50대ㆍ남성ㆍ영남 중심이고 여성ㆍ청년이 소외됨으로써 역대 어느 정부 인수위와 내각보다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특보단 등에는 이명박 인물들을 많이 발탁하여 신선미는커녕 ‘도로 MB정부’라는 비아냥과 함께, 구여권과 민주당ㆍ호남 인사들은 올드보이 아니면 그쪽 정서와는 거리가 먼 정치낭인들이라는 비판이다.

공자가 중국의 성인이라면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의 성자이다. 그는 ‘7가지 큰 죄목’을 열거 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 그리고 사회공동체가 두루 배척해야 할 과제이다.

첫째, 원칙이 없는 정치. 둘째, 일하지 않는 부(富). 셋째, 양심없는 쾌락. 넷째, 격(格)을 잃은 지식. 다섯째, 도의없는 상거래. 여섯째, 인간성 잃은 과학. 일곱째, 희생없는 신앙

간디가 ‘7가지 큰 죄목’에서 ‘원칙이 없는 정치’를 첫째 죄목으로 꼽을 만큼 ‘정치의 원칙’을 강조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고 국민통합과 협치를 주장하면서 국민여론 수렴과정이나 야당(아직은 집권당)과 협의 없이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강행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이라는 청와대 이전문제를 제왕적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불변의 상수(常數)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W. 러스토우 교수의 견해를 들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는 ①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문화적 기반이 성숙하고 ②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치세력이 형성된 다음 ③이들 세력이 민주주의의 실천 의지를 결행하게 되면 ④민주주의는 습관화의 단계 즉 제도화의 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네 단계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이질적인 세력 즉 민주신봉세력, 검찰독재신봉세력, 분단고착세력, 지역분할세력, 기득권향유세력이 혼재돼있는 모습이다.

정치개혁을 통해 건전한 민주신봉세력이 정치의 주체가 되고 공자가 지적한 ‘5악인물’이 새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간디가 주창한 첫 번째의 ‘원칙이 있는 정치’를 바란다.

정권교체기에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수의 학자(교수)들이 권부에 이름을 올린다. 교수들의 정ㆍ관계 진출과 관련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문제는 검증의 과정이 소루해선지 현실을 무시한 공리공담형 그리고 각종 비리에 젖은 인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다산 정약용은 ‘오학론(五學論)’에서 공리공담형 선비를 “성리학의 껍데기나 핥는 선비, 훈고학의 꼬리나 붙잡고 있는 선비, 역학(易學)의 곁길에서 술수나 일삼는 선비, 사장(詞章)이 전부인 줄 아는 선비, 과거 공부에만 몰두하는 텅 빈 출세주의자들”이라 비판하면서, 이러한 선비들의 존재는 ‘빈’ 이름을 도둑질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을 속이는 사회의 ‘좀’이오 ‘도포 입고 낮에 도적질하는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다산이 질타한 ‘선비’는 오늘로 치면 정치인과 지식인의 한 묶음이다. 과연 오늘의 윤석열 당선인 주변의 정치인, 지식인들에게는 면책되는 말일까.

중국 전국시대의 전설적 명의 편작(扁鵲)은 사마천의 ‘사기’에도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천하의 명의라도 못 고치는 병(난치) 여섯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후세인들이 이를 적합하지않는 고위관리ㆍ정치인에 빗대었다.

난치 제1조는 제멋대로 행동하여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인물. 난치 제2조는 재물에만 욕심이 있어 몸(정사)을 돌보지 않는 인물. 난치 제3조는 입고 먹는 생활이 적절하지않는 인물.

난치 제4조는 음양이 모두 막혀 움직이지 않고 균형을 잃은 인물. 난치 제5조는 영양실조로 약조차 먹을 수 없이 쇄약해진 인물. 난치 제6조는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인물.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면 제3조는 편식 즉 특정한 사고(편파)에 빠진 환자이고, 제4조는 특정한 이념과 도그마에 취하여 구제 불능의 환자라는 뜻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성공한 인물의 하나인 루스벨트는 철저할 정도로 정치가로서 다섯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평론가 J. 건서의 분석이다. 첫째, 용기, 둘째, 인내심, 셋째, 아주 작은 일에서 아주 큰 일을 보고, 극히 사소한 세부 문제를 포괄적인 전체와 연결시키는 능력, 넷째, 이상주의와 확고한 목적에 대한 분별력, 다섯째, 사람들의 마음속에 결단성을 심어 놓는 능력, 그는 또 단점도 많이 갖고 있었다. 그것은, 만사에 느린 점, 이중성(비판자들이 단순한 부정직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일부 대인 관계에 있어서 솔직성의 철저한 결여, 청을 물리치지 못하는 점, 임시변통적 수법을 좋아하는 점, 말이 많은 점, 아마추어적 기질, 그리고 ‘명랑한 보수성’이라고 불린 점 등이다.

김삼웅(논설고문)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