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최민정, '굳은' 심석희…숨 막히는 시상식

'활짝' 최민정, '굳은' 심석희…숨 막히는 시상식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2.04.11 20:22
  • 수정 2022.04.12 10:4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11일(한국시간) 열린 2022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대표팀(가운데) / EPA=연합뉴스)
(사진=11일(한국시간) 열린 2022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대표팀(가운데) / EPA=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최민정은 활짝 웃었고, 심석희는 고개를 숙였다. 금메달을 따낸 기쁜 자리에서 두 선수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최민정(성남시청)과 심석희(서울시청), 김아랑(고양시청), 서휘민(고려대), 박지윤(의정부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모리스 리샤르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 계주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로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한 무대라 평가받는다. 올해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있었기에 주목도가 높았던 상황. 여기에 징계가 해제된 심석희가 대표팀 복귀 후 첫 출전하는 대회여서 더욱 시선이 모였다.

대표팀의 계주 우승은 극적이었다. 4바퀴 남은 시점에 심석희가 이탈리아 선수와 충돌하며 뒤로 처졌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민정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냈다. 거리를 점점 좁히더니 기어코 마지막 바퀴에서 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사진=11일(한국시간) 2022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최민정(오른쪽 두 번째)과 어두운 표정의 심석희(왼쪽) / 네이버TV 2021-22 ISU 핫클립 영상 캡처)
(사진=11일(한국시간) 2022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최민정(오른쪽 두 번째)과 어두운 표정의 심석희(왼쪽) / 네이버TV 2021-22 ISU 핫클립 영상 캡처)

경기 후 시상대에 오른 대표팀은 환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유독 한 명만은 고개를 숙인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바로 심석희였다. 

심석희는 선수들이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줄 때도 어색한 모습으로 뒷자리에서 바닥만 바라봤다. 이내 김아랑이 서휘민에게 무엇인가 말했고, 서휘민이 심석희에게 메달을 걸어줬다. 입모양을 봤을 때는 '걸어줘'라고 이야기한 듯 보였다. 이후 심석희도 서휘민에게 메달을 걸어준 뒤 기념 촬영에 임했다. 그러나 여전히 무표정이었고, 최민정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앞서 심석희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대표팀 A코치와 주고받은 사적인 메시지가 유출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메시지에는 대표팀 동료인 최민정과 김아랑 등을 험담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와 함께 심석희가 평창 올림픽에서 최민정을 상대로 고의 충돌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빙상연맹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고의 충돌은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동료들을 험단한 것에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선수 자격 2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심석희는 대표팀 복귀를 선언했고, 진천선수촌 입촌 전 인터뷰 대신 최민정과 김아랑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취재진에게 건넸다. 다만, 최민정 측은 "특정 선수가 사과를 앞세워 개인적 접근 및 만남을 시도하지 않도록 사전 방지하고자 한다"라며, "훈련 이외의 장소에서 불필요한 연락과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라고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표팀에 요청했다.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다는 표현이었다.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한 계주 종목에 심석희가 출전할지도 관심사였다. 그리고 둘은 금메달을 합작했지만, 한 명은 밝았고 다른 한 명은 내내 어두웠다. 최민정, 심석희의 '불편한 동거'가 시상대에서도 계속된 모습이었다. 빙판 위에서는 최민정이 2번, 심석희가 4번 주자로 출전해 특별한 접촉이 발생하지는 않았었다.

한편, 심석희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오랜 실전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500m와 1000m는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1500m 5위, 3000m 슈퍼파이널 7위에 그쳤다.

올해 세계선수권 개인전은 노메달로 마쳤지만, 심석희는 여전히 국가대표급 기량을 갖춘 선수다. 지난해 5월 치러진 대표 선발전에서 여자부 1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았고, 징계가 없었다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했을 것이다. 때문에 심석희와 최민정의 불편한 동거는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