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정치역사학 서설

20대 대통령선거 정치역사학 서설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03.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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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자는 이같은 양극화된 국민의 정서를 안고 승자가 되었다. 
따라서 그의 두 어깨에는 코로나 극복, 한반도의 평화유지, 지구온난화, 지구적 신냉전, 청년실업 등 많은 과제가 얹혀있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공약을 제시하여 기대치도 높다. 
민주주의 기본가치와 틀을 지키면서 국민통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

 

“국가의 배를 조타하는 예술은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어려운 예술이다.”독일 철학자 랑캐의 말이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선장이 결정되었다. 상대 후보와의 표 차이가 불과 0.73% 포인트(24만 700여 표)였다. 단 1표 차이라도 승리는 승리다.
이 같은 박빙의 신승에도 불구하고 선거후유증이 없이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다. 미국에서 보았듯이 선거 과정은 물론 개표 후에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고,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도 우리 국민은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보여 주었다.  
동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 주기적ㆍ정기적으로 국민의 직선에 따라 정권이 바뀌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일본은 이른바 ‘55년 체제’ 즉 자민당이 1955년 이래 줄곧(2년 민주당) 집권해 오고, 중국은 1당독재 구조라서 집권자는 바뀌어도 집권당은 그대로이고 인민이 직접 뽑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승만의 12년 백색독재와 박정희ㆍ전두환으로 이어진 32년의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1987년 6월항쟁으로 쟁취한 직선제 개헌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그리고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의 등식에 따르면 10년에 한 차례씩 집권당이 바뀌는 정권교체의 주기인데, 이번에는 5년으로 끝났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보수정당이 내부에서 인물을 키우지 못하고 상대 쪽의 인물을 ‘입양’해서 후보로 만들고 대선에 승리했다는 점이다.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까지 국정농단과 부패혐의로 장기수가 되어 몰락하면서, 보수세력은 재기불능의 폐족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 처지에서 외부인물을 수혈하여 5년 만에 정권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흔히 한국 보수는 99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만 같으면 함께하고, 진보는 99가지가 같지만 하나만 달라도 갈라진다는 속설이 있다.
보수가 자신들이 선택한 전직ㆍ현직의 두 대통령을 구속한 검사 출신을 받아들이고 극렬한 노선ㆍ정책 차이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이룬 데 비해, 진보는 이념ㆍ정책에서 유사점이 많은 정의당과 하나가 되지 못함으로써 결국 참패를 당했다. 한국형 보수와 진보 세력의 행태는 연구대상이다. 
이번 대선에서 놀라운 현상의 두 번째는 그동안 진보의 텃밭이었던 서울에서 33만 표 차이로 이재명 후보가 패배한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등이 큰 요인이지만, 전통적인 지지층인 수도 서울시민의 이반현상은 민심이 결코 고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투표의 지역 현상이 크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서 80% 상당의 이재명 지지율이나 영남의 70% 수준의 윤석열 지지를 보면, 지역성이 여전함을 실감할 수 있지만, 냉정히 분석하면 영남 출신의 이재명을 호남인들이 선호한 것은 지역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집단적 전략투표’라는 분석이 따른다.
 윤석열 당선자는 정권인수 준비에 분망하다. ‘선출직 초보’의 위치에서 초기부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극렬 지지자나 보수언론의 여론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나머지 절반의 민심을 잃게 된다. 또 더 이상 ‘일곱자형 정책’이나 ‘선제타격론’과 같은 현실인식으로는 막중한 국정 현안을 풀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평생의 직업 ‘검사’의 두꺼운 외피를 벗어야 한다. “털어서 명성 얻고 덮어서 돈을 버는”(어느 검사출신의 자괴어린 개탄)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위원을 비롯 차기 정권에 유력자들의 면모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 개중에는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활동했던 얼굴도 보인다. “변할수록 옛 모습을 닮아간다”는 프랑스 혁명기의 유행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우리 속언대로 ‘도로 새누리당’의 모양새는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면서 표를 준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또 그토록 외쳤던 정권교체의 의미도 사라진다.  
우리의 역동성을 잘 조화하여 발전의 에너지로 활용하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이를 수 있다. 반면에 구태의 권력지향형 인사나 분열과 갈등형 인물을 요직에 배치하면 민심은 금방 이반한다. 역동성은 그만큼 변동성이 강한 것이다. 2000년 전 동양에서는 이미 백성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고 하였다. 우리의 경우,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ㆍ박근혜를 차례로 뒤엎었다. 
동종교배식 끼리끼리 인사나 얼치기 보수들에 의한 극단론은 한반도의 평화구조를 비롯하여 힘겹게 키워온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하루아침에 파멸시키게 된다. 그런 면에서 냉전적 사고 인사들의 중용은 위험부담이 그만큼 크고 이들이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떠난다”라는 브레히트의 경고는 윤석열 당선자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도로 새누리당’식의 권부가 구성되어가는 듯 해서 하는 말이다.
 여기서 정권인수위원장이 된 안철수 대표의 언행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전국에 생중계된 마지막 TV 후보 토론장에서도 ‘완주’를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측근을 보내 상대측과 통합을 협의하고 결국 통합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보인 이중성,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내뱉은 이중 언어는 부도덕성의 극치다. 
정치지도자의 언행은 국민 특히 청소년들에게 도덕교육의 교범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개인 회사가 아닌 공당의 대표가 당원들의 결의나 위임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완주와 통합을 멋대로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정당 행태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정당이 ‘집 당(堂)’자가 아닌 ‘무리당(黨)’을 쓰는 까닭을 알아야 한다. 안철수 대표의 언행은 지켜본 청소년들에게 정치지도자들의 이중성과 정치ㆍ정당에 대해 불신감을 크게 안겨주었다. 
5년 만의 정권교체, 국민의 반은 기대와 희망에 넘치고 절반은 분노와 좌절에 빠져있다. 현실적으로 윤석열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 2016년 겨울에 촛불을 들고 “이것이 나라냐!” 외치며 박근혜를 탄핵했던 시민들에게 오늘의 정치 현실은 가슴 아플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10년 주기설’도 지키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172석의 거대정당에 실망이 많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이같은 양극화된 국민의 정서를 안고 승자가 되었다. 따라서 그의 두 어깨에는 코로나 극복, 한반도의 평화유지, 지구온난화, 지구적 신냉전, 청년실업 등 많은 과제가 얹혀있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공약을 제시하여 기대치도 높다. 민주주의 기본가치와 틀을 지키면서 국민통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

김삼웅(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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