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복덩이, 쿠에바스의 화려한 변신

애물단지→복덩이, 쿠에바스의 화려한 변신

  • 기자명 박민석 기자
  • 입력 2021.11.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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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지난 14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관중석의 kt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t 쿠에바스가 지난 14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관중석의 kt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민석 기자] kt 위즈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는 시즌 초반 적잖은 속을 썩였다. 

담 증세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고, 4월 3경기서 13⅓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이후 5월 4경기선 1승 1패 평균자책점 8.44로 극도로 부진했다. 2019~2020시즌 2년 연속 10승 투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5월 20일 쿠에바스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다. "2군에서 머리 좀 식히고, 정신 좀 차려라"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이 감독과의 의견 대립도 있었다. 1군 복귀 이후에도 아쉬운 모습이 이어지자, 이 감독은 쿠에바스에게 불펜 전환을 제안한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본인의 '선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구단 측에서도 계약 옵션 내용을 변경해 주겠다고 나섰지만, 그는 선발을 고집했다. 그렇게 전반기는 흘러갔다.

후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쿠에바스에게 슬픔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그의 부친인 비센테 윌리엄 쿠에바스 리온이 코로나19 치료 중에 세상을 떠난 것. 충격을 받은 쿠에바스는 체중이 5kg나 빠질 정도로 마음고생을 한다.

이 상황에서 '팀 kt'의 배려가 드러났다. kt는 "쿠에바스는 우리의 가족이나 다름 없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괜찮으니, 가족의 곁을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쿠에바스는 구단의 배려에 마음을 잘 추스르고, 복귀전이었던 9월 3일 키움전서 6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를 펼치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쿠에바스는 "팀에서 나를 가족같이 도와줘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지나갈 수 있었다. 어떤 말로도 감사의 말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감사함을 전달했다.

'환골탈태'한 쿠에바스는 '복덩이'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9월 이후 나선 9경기서 55⅔이닝을 소화하면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특히 10월에 등판한 5경기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1승 1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엄청난 투구를 이어가며 완벽한 '에이스'로 자리했다.

지난달 31일 삼성과의 1위 결정전서도 그의 투구는 빛났다. 당시 쿠에바스는 2일 휴식 후 등판하는 강행군을 치렀다. 시즌 막판 빡빡한 일정을 치르느라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었고, 더불어 쿠에바스에게 막강한 신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듯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혼신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첫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그는 한국시리즈 1선발 중책을 맡게 된다. 기선 제압이 중요한 1차전. 쿠에바스는 7⅔이닝 7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4-2 승리에 앞장섰다. 또한, 구단 역사에 첫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애물단지'로 시즌을 시작한 쿠에바스지만, 팀의 배려 속에 '복덩이'로 거듭났다.

kt는 지난 15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도 6-1로 승리하며 2승을 선점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먼저 승리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89.5%(19번 중 17번)에 이른다. kt와 쿠에바스의 '해피 엔딩'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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