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그리고 감독으로 ACL 결승…어게인 ‘김기동 매직'

선수, 그리고 감독으로 ACL 결승…어게인 ‘김기동 매직'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10.21 04:13
  • 수정 2021.10.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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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20일 열린 울산 현대와의 ACL 4강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신광훈과 포옹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20일 열린 울산 현대와의 ACL 4강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신광훈과 포옹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2009년 포항 스틸러스의 세 번째 ACL 우승 현장에는 선수 김기동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2021년 11월 ACL 결승 무대를 밟을 포항에는 감독 김기동이 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5-4로 이겼다. 이로써 포항은 12년 만의 A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이후 처음이자, 구단 통산 두 번째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항은 ACL에서 치른 한국 팀과의 4경기에서 2승 2무로 무패 행진 중이었다. 그리고 이는 울산전까지 이어졌다. 후반 7분 윤일록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으며 끌려갔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후반 23분 상대 원두재가 퇴장당하며 얻은 수적 우세를 살려 파상공세를 펼쳤다. 결국 후반 44분 그랜트가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포항은 연장전에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으나, 라인을 내린 울산을 뚫지 못했다. 이어 시작된 운명의 승부차기. 울산은 첫 번째 키커 불투이스가 실축한 반면, 포항은 5명의 키커가 모두 공을 꽂아 넣으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포항의 결승행을 이끈 김기동 감독은 2009년 포항의 마지막 ACL 우승 당시 선수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바 있다. 이젠 감독으로서 후배이자 제자인 선수들을 이끌고 12년 전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이날 경기 후 김 감독은 "선수로서 영광의 자리에 있을 때도 좋았는데, 감독으로 팀을 이끌며 결승까지 가게 돼 지금이 더 감정이 북받치고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선수단을 치켜세웠다.

김기동 감독이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으나, 포항이 여기까지 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김 감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대팀을 철저히 분석해 맞춤 전략을 구사, 난적들을 꺾어왔다.

지난 17일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8강 경기에서 김기동 감독은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1차 빌드업을 방해했다. 측면 공격수 임상협과 팔라시오스가 상대 측면 수비수 미야하라 카즈야와 요시다 유타카를 1대1로 막아서면서, 나고야의 장점인 측면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이 봉쇄됐다. 여기에 3선 전진을 통한 공격 전개, 신진호의 2선 배치, 이승모 제로톱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3-0 완승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날 2019년 감독 부임 후 매 승부처마다 울산의 발목을 잡았던 김기동 매직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포항은 전북과의 8강 연장 승부로 체력 부담이 있는 울산을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 상대의 잦은 패스 미스를 유도하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여기에 빠른 역습을 더해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을 주로 이용해 공격을 펼치다가도 변칙적으로 오른쪽을 노리며 울산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공수 밸런스를 유지, 끝까지 기회를 노렸고 끝내 ACL 최초의 동해안 더비 승자가 됐다.

포항은 올 시즌 ACL에서 언더독으로 분류됐었다. 시즌 시작 전 공수 핵심인 일류첸코, 김광석이 팀을 떠났다. 더불어 여름 이적시장에서 송민규까지 전북으로 이적해 전력 누수가 심했다. K리그1에서도 현재 7위에 위치, 파이널 A 진출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스쿼드가 두텁고, K리그1 선두를 달리며 기세가 좋은 울산을 제압했다. 김기동 감독의 역량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결승 티켓을 챙긴 포항은 오는 11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 힐랄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알 힐랄은 앞서 열린 서아시아 권역 4강 경기에서 알 나스르를 2-1로 제압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부터 최근 5년 사이 세 번이나 ACL 결승에 진출한 강팀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장현수가 뛰는 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항은 ACL 전신인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 포함 3회 우승(2996-1997, 1997-1998, 2009)으로 대회 최다 우승팀이다. 공교롭게도 결승 상대인 알 힐랄 역시 3회 우승(1991, 1999-2000, 2019)으로 공동 1위다. 즉, 이번 결승전에서 나올 최후의 승자가 4회 우승을 달성, ACL 최다 우승팀에 단독 등극하는 셈이다. 포항으로서는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생겼다.

전주=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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