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득점 '65 vs 2', 김승기 감독의 이유 있는 기다림

벤치 득점 '65 vs 2', 김승기 감독의 이유 있는 기다림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10.13 03:08
  • 수정 2021.10.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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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일 치른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이 문성곤을 독려하고 있다 / KBL)
(사진=12일 치른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이 문성곤을 독려하고 있다 / KBL)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1라운드에서 4승만 거둬도 성공적이다. 2라운드까지 버티겠다는 생각이다." 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의 말이다. 

안양 KGC는 1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98-102로 졌다. 지난 두 경기 맹활약을 펼친 외국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가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 같은 모습에 김승기 감독도 선수들을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연장전 종료 직전 전성현의 3점슛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에도 박수를 보냈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패했기에 아쉬움이 진하겠지만, 김승기 감독은 호통 대신 격려와 칭찬으로 선수들을 감쌌다. 시즌 초반 마음을 비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이날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처음 몇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마지막 순간 플레이오프(PO)에 올라가면 된다. 급하게 생각 안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2라운드까지 잘 버텨서 3라운드부터 치고 나갈 계획이다"라고 올 시즌 계획을 전했다.

"1~2라운드를 잘 버티겠다"라는 김승기 감독의 발언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식스맨 자원이 부족한 탓이다. 현재 KGC는 백업 멤버들이 오세근과 변준형, 문성곤, 전성현 등 주전 선수들의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체력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승기 감독은 "우동현이 컵대회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신장이 작아 장점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반 주전들 체력이 떨어지고, 상대 체력도 떨어졌을 때 나가서 슛을 더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함준후와 박형철도 썩 좋지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오리온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벤치 득점 기록을 보자. 오리온은 벤치 자원이 65점을 넣었다. 반면, KGC는 단 2점이다. 2쿼터 6분 16초를 소화한 한승희의 2점슛이 이날 KGC의 유일한 벤치 득점이었다.

양 팀 선수들의 출전 시간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오리온은 이날 명단에 이름을 올린 12명의 선수가 모두 코트를 밟았다. 최승욱과 김진유, 오용준, 최현민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8명의 선수가 10분 이상 경기를 뛰었다. 가장 많이 뛴 선수는 이정현으로 36분 54초 출전했다.

이에 반해 KGC는 9명의 선수가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선발로 나선 5명을 제외, 나머지 선수들은 연장전까지 총 45분의 경기 시간 중 10분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한승희가 8분 21초로 가장 오래 뛰었고, 함준후와 우동현, 박형철은 5분 이하로 출전했다. 스펠맨 대신 나선 대릴 먼로의 경우 유일한 외국선수라 어쩔 수 없이 4쿼터 내내 코트를 지켰다고 쳐도, 문성곤 43분 48초, 변준형 42분 24초, 전성현 42분 5초 등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안됐다. 김승기 감독이 선수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결국 김승기 감독 말대로 지금의 KGC는 승리에 목매지 않고 최소한의 패배를 기록하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치고 나가겠다 언급한 3라운드에는 박지훈이 상무에서 돌아온다. 부상 중인 양희종도 그 즈음 복귀가 예상된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로 데려온 조은후도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로 6강 PO에 진출한 KGC는 4강 PO와 챔피언결정전까지 10경기를 연속으로 이기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이미 한 번 해봤기에 "마지막에 PO에 가면 된다"라는 김승기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과연 KGC는 1~2라운드 고비를 잘 넘기고 선수 수급을 통해 "3라운드부터 치고 나갈 계획"이라는 말을 지킬 수 있을까. 디펜딩 챔피언의 올 시즌 행보로 시선이 집중된다.

고양=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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