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30은 왜 ‘무야홍’을 외칠까

[기자수첩] 20·30은 왜 ‘무야홍’을 외칠까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09.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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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은 이곳저곳 방문하며 민심을 사기 위해 노력 중이고, TV뉴스도 온통 이들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이러한 흐름 속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막말 정치’ 논란에 휩싸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약진이다. 지난 19일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홍 의원은 14.5%를 기록, 윤석열 전 검찰총장(28.1%)과 이재명 경기도지사(24.4%), 이낙연 전 국무총리(14.7%)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던 홍 의원.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수사를 과잉수사라고 언급해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다만, 젊은 층 지지율은 여전하다. 이번 조사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31.1%를 기록, 32.2%를 얻은 윤 전 총장에 오차범위 내 뒤졌다. 그러나 연령별로 따지면 18세 이상 20대(홍 43.5%-윤 17.8%)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고, 30대(홍 37.5%-윤 26.6%)와 40대(홍 36.0%-윤 25.8%)에서도 홍 의원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50대(홍 29.2%-34.7%)와 60대(홍 18.2%-윤 46.6%)에서만 윤 전 총장이 앞선 형국이다.

실제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각종 SNS에서도 홍 의원에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홍카콜라(콜라처럼 시원하게 말 한다는 의미) 등 각종 별명을 붙여가며 그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홍 의원은 어떻게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정치는 하나의 리얼리티 예능과 마찬가지다. 대선 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TV를 통해 중계되고, 이들의 말 한마디가 온라인에 도배된다. 입으로 하는 전쟁인 동시에 리얼리티 쇼다. 이 쇼에서 젊은이들은 한때 혹은 지금까지도 막말로 불리는 홍 의원의 발언에 크게 반응한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돌려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 등 직설적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정제된 발언으로 일관하는 기성 정치인들은 이들의 싫증을 유발한다.

최근 홍 의원은 20개월 의붓딸을 성폭행 및 살해한 계부를 두고 “내가 대통령 되면 이런 놈은 사형”이라고 SNS에 올렸다. 언뜻 거친 발언이지만, 많은 이들이 “속 시원한 발언”이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홍 의원의 발언은 그 의미를 받아들이기 쉽다.

결국 젊은 세대는 홍 의원에게 일종의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홍 의원이 대신해준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표현되는 여권의 행보도 20·30이 홍 의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홍 의원이 이 지사의 경제공약을 비판하며 ‘경기도 차베스’라고 불렀을 당시 민주당 측이 “외교 결례”라는 입장을 내놓자, 젊은 층은 오히려 “일본에는 막말하더니 베네수엘라는 끔찍이 여긴다”라고 반응했다. 과거 안 좋은 감정이 있더라도 일본에 대해 온갖 비판을 퍼붓던 여권의 행동 역시 외교 결례이며, 내로남불 아니냐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다. 자기 할 말은 하고 보는 홍 의원의 모습이 솔직담백을 원하는 젊은 세대 트렌드와 맞아떨어졌고,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여권의 행동까지 겹치면서, 홍 의원이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홍 의원의 직설적 행보는 계속해서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향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반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요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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