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내년부터 새 지방자치 실시 … 지방의회부터 제자리 잡게 하자

<김성의 관풍(觀風)> 내년부터 새 지방자치 실시 … 지방의회부터 제자리 잡게 하자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9.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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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에서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감시하고 지방의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견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재개되어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이미 성년이 되었건만 일부 지방의회나 지방의원들은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해 지탄을 받고 있다.

가이드 폭행 등으로 국제적 망신 산 예천군의회

#사례1

2018년 12월 해외 연수 중에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불러 달라고 한 의혹이 불거져 말썽이 됐던 경북 예천군의회는 국제적으로 한국 지방자치를 망신시켰던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지역사회에서는 군의원 전원을 제명시켜야 한다며 주민소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으나 정작 그 시점(지방의회 개원 1년 이후)이 되자 지역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 때문에 추진 움직임이 멈추고 말았다. 예천군의회는 미래통합당 8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었다가 2명이 이 사건으로 지방의회에서 제명됐다.

#사례2

2019년 7월에는 생활폐기물자원화시설(SRF) 운영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경북 포항시 오천읍 지역 주민들이 주민들을 돕지 않고 이를 방관한 오천지역 자유한국당 소속 두 시의원에 대해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갔다. SRF반대 어머니회는 “100m는 돼야 할 굴뚝높이가 34m에 불과한데 시의원들은 안전하다고만 하고, 주민들이 고통 속에 울부짖고 있을 때 외면한 두 시의원을 책임회피와 직무유기로 주민소환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12월 18일 21.75%만 주민소환투표에 참가, 개표 충족 요건인 유권자 3분의 1 문턱을 넘지 못해 개표도 못한채 끝나고 말았다. 대신 6개월 뒤인 2020년 6월 포항시장과 간부들이 문제의 환경 취약지로 이사를 하는 한편 ‘푸른도시사업단’사무실도 이곳으로 이전하여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나서게 됐다.

업자편 들고 … 주민발안도 무시하는 화순군의회

#사례3

지방자치단체가 제출한 조례를 통과시킨지 1년도 채 안돼 지방의회가 이를 뒤집고, 주민들이 원래대로 돌려달라는 조례개정 청구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방의회도 있다. 전남 화순군의회는 2019년 8월 각계전문가와 지방의원들이 지혜를 짜내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용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10가구 이상인 지역은 2km를, 10가구 미만인 곳은 1.5km의 이격거리를 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된 2020년 6월에 한 의원이 이격거리를 800m와 500m로 좁히는 안을 발의했다. 주민들이 나서 적극 반대하자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다시 3개월 뒤인 9월 조례개정안을 제출, 1.2km-800m로 수정해 본회의에서 기어이 통과시켰다. 그러자 주민들은 주민발의요건보다 2배가 많은 3273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풍력발전기 설치를 원래 조례대로 되돌려달라는 조례개정 주민발의안을 2021년 1월 청구하였다. 이후 90세 할머니까지 포함된 주민들이 뙤약볕 아래서 농성하며 이를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방의회는 9개월이 넘도록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 입을 닫아버렸다. 노골적으로 업자 편을 들어 준 셈이다.

개발업자도 이미 사망하거나 요양원에 수용된지 오래된 주민들은 물론, 동일한 필체의 서명이 포함된 주민동의서를 가지고 산업자원부로부터 승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지방의원은 이장들에게 현금을 나누어주며 서명 협조를 구한 사실도 확인돼 고발됐다. 이처럼 혼란상태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은 적극적으로 조사를 않고 있다. 화순군의회는 정원 10명이 모두 민주당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내년부터 새 지방자치 실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52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다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됐다. 1990년 1월 노태우 정권이 김영삼, 김종필과 3당 합당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인위적 개편을 하자 제1야당 총재였던 김대중이 10월 8일부터 내각제 합의 폐기와 지방자치제 실시 등을 내걸고 21일간 단식농성 벌였다. 지방자치는 그 투쟁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지난해 12월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최근 이 법의 시행령이 입법예고 돼 국민의견 수렴기간을 거치면 2022년 1월 13일부터 정식으로 발효된다.

2022년부터 지방의 ‘주인’인 주민들은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의 뜻을 거스르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과거보다는 쉽게 지방 선출직을 쫓아낼 수 있게 됐다. 또 지방자치 체제를 약시장형이나 의원내각제형 체제로도 바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지방의회는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주민 대변기관이니만큼 주민 의견수렴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법률적, 사회적 개선이 추가로 필요하다.

수준미달 지방의원 규제할 법률적·사회적 벌칙 필요

첫째, 지방의원이 지역사회의 ‘신유지(新有志)’가 아니라 지역민의 대변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받고있는 ‘의정비’가 주민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이라는 걸 잘 교육시켜야 한다.

둘째, 주민발안, 주민 감사청구 등 주민의 요구사항을 처리하는 기간과 벌칙을 보다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주민발안은 새롭게 지방의회 원구성이 되더라도 1년 이내 처리하도록 법으로 정해두긴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벌칙 조항은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주민소환이라는 벌칙조항 외에도 벌금이나, 회의 참석 제한(의정비 지급 불가) 등의 다양한 벌칙이 함께 필요하다. 또 부정부패, 나태, 배임 등을 저지른 수준미달 지방의원을 배출한 소속정당에 대해서도 벌칙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훌륭한 지방의원 후보를 내게 된다.

셋째, 경북 예천이나 전남 화순군의회처럼 지방의회가 특정 정당원이 3분의 2 이상, 또는 일당(一黨)이 되지 않도록 차점자인 그 밖의 정당 후보가 지방의원으로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특정 정당의 당무회의(黨務會議)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일당의회가 가져온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높이려면 지방자치부터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앞으로도 더 구체화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중앙정치의 혁신도 기대할 수 있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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