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우리에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2) ‘선진국형’ 대통령을 뽑자

<김성의 관풍(觀風)> 우리에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2) ‘선진국형’ 대통령을 뽑자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8.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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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20대 대선후보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출마를 선언한 사람만도 20명이 넘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여부만 남은 듯하다.

전직 대통령 11명 모두 상처투성이 결과 남겨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3년 동안 우리나라는 12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한데 이들 가운데 상처를 입지 않은 대통령은 하나도 없다. 직업별로 보면 정치인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군인 3명, 관료 출신 1명 등이었다. 정치인 가운데는 변호사가 2명(노무현, 문재인), 기업인 출신 1명(이명박)이 있었다. 박정희(5·6·7·8·9대)와 전두환(11대)은 군복을 입은 채 무력으로 권력을 잡았고(쿠데타), 노태우(12대)는 군복을 벗은 뒤 장관과 여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대통령도 여럿 있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1·2·3대)은 12년 집권 후 4·19혁명때문에 물러났고, 박정희는 18년간 장기집권을 하다가 심복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1960년 2공화국에서 내각책임제 총리였던 장면(4대)은 1961년 박정희의 5·16쿠데타로 9개월만에 물러났고, 최규하(10대)도 박정희의 뒤를 이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다가 반란군부의 등장으로 8개월만에 전두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박근혜(18대)는 측근들의 국정농단으로 4년만에 탄핵으로 파면당했다.

전두환(11대)과 노태우(12대)는 김영삼(13대)에 의해 12·12와 5·18 반란죄 및 뇌물죄로 무기징역과 17년 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으며, 문재인(19대) 정부때 이명박(17대)은 뇌물죄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박근혜(18대)도 뇌물죄 등으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의 판결을 받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노무현(16대)은 후임 이명박(17대) 정권이 수사를 벌이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했다. 전직 대통령 4명 구속, 1명 피살, 1명 자살, 1명 파면의 역사를 남겼다.

그렇게 보면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고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만 임기를 무사히 마친 셈이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아들들이 옥살이를 했기 때문이다. 하여 우리나라 대통령 자리란 ‘탈(頉)’이 끊이지 않는 불행한 자리였다. 대통령들이 이처럼 수모를 당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경제면에서 세계 10위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나라를 망쳐먹었다는 거친 비난들도 모두 ‘헛소리’가 됐다.

‘감옥 가지 않을 대통령’ ‘국제사회 기여형 대통령’ 내야

따라서 앞으로는 감옥에 가지 않을 대통령(합법성, 청렴성), 권력을 나눠가질 줄 아는 대통령(협치, 분권정치), 선진국으로서 책임과 의무, 그리고 격(格)을 지킬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게 국민의 과제가 됐다. 대통령은 이밖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국제적 수준과 달리 국내적으로 보면 많은 자치단체가 지방소멸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역불균형 문제, 청년들의 행복한 삶을 빼앗아간 부동산 투기와 소득 양극화 문제, 안정적 남북관계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젠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결은 중요하지 않다. 카리스마 정치보다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 소득만능주의 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과제를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대통령을 하겠다고 달라들었으니 누가 진정한 공복(公僕)이고, 누가 개인적인 욕망으로 가득찬 정치인인지 유권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골라내야 한다.

19대 대선은 국기문란으로 대통령이 파면당한 뒤 치러졌기 때문에 국정 개혁이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나 20대 대선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개혁의 피로감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점이 있다.

점진적 개혁 – 치열한 개혁, 선택에 따라 인물 결정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찾고 있는 대통령 적임자는 과연 누구일까?

정치인 출신들은 의회정치를 거치면서 양보와 타협을 통한 정치에 익숙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대신 정치개혁에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그동안 급히 달려왔던 개혁에 대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앞으로 5년간 점진적 정치발전을 해나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기왕에 칼을 빼든 김에 더욱 치열한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낙연, 정세균, 홍준표, 유승민 등은 오랜 정당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국민적 요구를 잘 수용할 수 있는 후보군이다. 이재명은 저돌적인 정책공약 등으로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 논란에 휩싸여 있다. 30~40년 전 정치판에서 써먹었던 지역감정 논란이 같은 정당 후보 간에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서는 안된다’는 금언을 잊어서는 안된다.

법조인 출신 도전자들 역시 공정성과 법치주의에는 많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그들이 평생 몸담아 오면서 몸에 밴 좋지 않은 조직문화가 국민에게 반영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치신인이면서도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의 경우 과거 정권에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국민으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몸담았던 검찰은 권력에 아부하고 자기 사람을 감싸는 잘못도 저질러왔다. 검찰의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써 이런 잘못된 관행에 대해 먼저 고개숙여 사과하고 검찰 개혁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최재형 역시 감사원장의 권한을 침해당했다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대통령에 출마했다는 건 명분이 약하다.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만으로도 부족하다. 왜 출마했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하루속히 자신의 비전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카리스마 정치는 이젠 끝, 협치-경청하는 대통령을 기대

대통령은 지금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하는 자리가 아니다. 노력봉사를 하고 시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좋은 대통령감이라고 할 수 없다. 인생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인성(人性)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인재를 끌어모으고, 경청하고, 결단하여 국민이 편하고 국제사회에도 기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과연 누가 그런 사람인지 내년 3월 9일까지 잘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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