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왜 일본은 올림픽의 주연을 노리나

[기자수첩]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왜 일본은 올림픽의 주연을 노리나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1.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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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은 7월 23일 개막식을 통해 막이 올랐다. 여느 올림픽이라면 ‘화려하게’, ‘성대하게’, ‘지구촌 대축제’와 같은 수식어가 함께 하겠지만 이번엔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도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일본의 의도가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순간부터 순수한 의도로 올림픽을 바라본 적이 없어 보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두고 ‘부흥 올림픽’이라 칭하며 일본의 극복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코로나19의 극복,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극복을 올림픽의 메인 테마로 삼고 끊임없이 물밑 작업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물러난 후 그 자리에 오른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올림픽을 향한 정치적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에게 올림픽은 자신들이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일본은 올림픽 헌장 50조 2항. ‘올림픽 관련 시설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지역 안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시위나 선전 활동을 금지한다’를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 하지만 남이 하는 것은 절대 못 본다. 이번 우리 대표팀 선수촌에 걸린 ‘신에게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일본 극우단체들이 ‘반일정서’로 해석해 IOC에 항의, 철거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욱일기에 대해서는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며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며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본의 ‘어그로’는 전세계적으로 펼쳐졌다. 올림픽을 계기로 각국 정상들을 초대해 성대한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일본이 큰 기대를 걸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도 쑨춘란 부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각국 정상급 인사 중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해 20명 미만에 불과하다. 일본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자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성적(性的)인 표현을 동원해 폄훼하는 등 외교에 있어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은 올림픽 유치 당시 공식 제안서에 7월 날씨에 대해 ‘기후가 온화하고 화창하며,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치기에 이상적인 날씨’라고 적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진행 중인 27일 현재 일본의 날씨는 무덥고 습하다.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무더운 날씨에 진이 빠져 구토를 하는 모습도 나오면서 일본의 거짓말을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도 일본은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 양궁 선수가 뙤약볕에 경기를 치르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러시아 테니스 선수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도 날씨에 대해 불평을 했다.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도 무더운 날씨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스폰서들도 일본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에 발을 빼고 있다. 최고위 스폰서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NTT, NEC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주인공 병에 걸린 일본 때문에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선수촌에 제공된 골판지 침대와 낮은 욕실은 선수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코로나19 방역도 취약하다. 이미 선수촌에서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으 차별적인 코로나19 방역 대책도 도마위에 올랐다. 일본이 주연을 자처하며 정신이 팔린 사이 선수들은 최악의 환경에서 꿈의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

올림픽의 진정한 주인공은 영광의 순간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 선수들이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되면서 올림픽을 바라보고 4년을 준비했던 선수들은 1년을 더 투자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가운데 감염에 대해 IOC와 일본 정부 모두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꿈의 무대를 위해 큰 결심을 했다.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낸 선수들이 주목을 받아야 마땅하다. 일본은 선수들이 빛날 수 있도록 뒷배경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연을 자처하는 일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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