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신은 주고 '탓' 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수첩] 백신은 주고 '탓' 해야 하지 않을까요?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07.16 22:15
  • 수정 2021.07.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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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분들께 요청드립니다.” 지난주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말 아니었을까.

정부는 지난 7일 공식 SNS를 통해 “수도권 지역 거리두기를 14일까지 연장한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와 함께 20·30세대를 콕 집어 “증상이 없더라도 진단검사 받아달라” “당분간 모임 및 회식을 자제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부가 SNS에 20·30세대를 언급한 7일은 1212명의 확진자가 발생, 코로나19 감염 폭증이 시작된 다음 날이다. 8일에는 1300명대를 돌파했고, 9일 1378명의 신규 확진자 발생으로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폭증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16일 서울은 570명, 경기도는 45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경북(12명), 전남(8명), 충북(14명) 등 지방과 비교해 확연히 늘어났다.

그러나 20·30세대는 정부의 이러한 메시지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상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강도 높은 게시물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이 특정 세대를 부각해 범인 지목하듯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20·30세대 언급은 지난달 30일 처음 나왔다. 당시 정례 브리핑에서 “20·30세대를 필두로 백신 미접종자인 청·장년층들의 감염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확진자 수 증가를 견인 중”이라고 말한 것.

그런데 이 시기 연령별 확진자를 살펴보면 20·30세대 336명, 40·50세대 306명이다. 30명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폭증이 시작된 7일 역시 차이는 크지 않다. 20·30은 550명, 40·50은 420명이다. 정부의 최초 언급 후 일주일 새 각각 164명, 94명 늘어난 셈이다. 딱히 20·30이 확진자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이는 수치는 아니다. 16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 역시 50대가 3만 172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2만 8645명), 40대(2만 7509명), 30대(2만 5285명) 순이었다.

젊은 층은 백신 접종에서 후순위다. 8월 이후나 돼야 맞을 수 있다. 오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만으로 여름나기 하는 상황이다. 고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활동이 많은 20~50대, 그중에서도 20·30의 위험 노출 빈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백신 접종까지 후순위로 밀린 상황,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확산 주범으로 지목 당하니 부글부글 끓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백신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금, 젊은 층 백신 접종은 시작조차 못했다. 오는 26일에야 55~59세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내달 9일부터는 50~54세 차례다. 정부가 백신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K-방역’을 외치는 동안, 20·30은 K-방역에서 외면당한 현실이다. 애초에 백신 확보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들이 접종 사각지대에 놓일 일은 없었다. 또한, 지목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정부는 논란 후 게시물에서 20·30세대 언급 부분을 삭제했다. 젊은 층 반발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정부에 대한 20·30세대의 반감은 배가 됐다. 의견을 수렴해 수정하는 모습도 좋지만,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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