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휴지조각' 된 코로나19 매뉴얼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휴지조각' 된 코로나19 매뉴얼

  • 기자명 박민석 기자
  • 입력 2021.07.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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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민석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로야구가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KBO는 지난 12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13~18일 경기를 순연하고 추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는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두 구단으로부터 비롯됐다. NC 선수단은 지난 8일 원정 숙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전원 PCR 검사를 받았는데, 이 중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0일에는 1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NC와 6~7일 잠실에서 경기를 치른 두산 선수단 역시 PCR 검사를 받은 결과,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정상 전력으로 남은 일정을 치를 수 없게 된 두 팀은 '리그 중단'을 논제로 꺼냈다. 결국 KBO는 긴급 이사회를 열었고, 3시간이 넘는 갑론을박 끝에 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여론은 '두 팀 봐주기'라는 거센 반발을 불렀다.

KBO리그에서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화는 2군에 있던 투수 신정락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군 선수단 전원이 자가격리를 하면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KT에서도 1명의 코치가 확진,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KBO는 시즌 개막에 앞서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을 발간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구단 내에 확진자가 나오면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한다"고 명시돼있다. 리그 중단과 관련해서는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긴급 실행위와 이사회 요청을 통해 정한다"고 적시했다.

매뉴얼대로라면 NC와 두산은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를 2군 선수들로 대체해서 남은 일정을 치러야 한다. ‘엔트리 등록 미달’ 조건에는 충족하지 못한다. 구단 차원에서 선수관리를 제대로 못해 받게 되는 페널티는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갈 길이 바쁜 두 팀은 코로나19 확산 분위기를 틈타 리그 중단을 요구했다. 매뉴얼은 뒷전이었다. 본인들 순위경쟁이 더욱 중요했다. 결국, 리그가 중단되면서 정정당당한 규칙을 명시한 매뉴얼은 휴지조각이 됐다. KB0 무능력, 무책임이 다시금 드러난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 NC와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5~6개 구단도 리그 중단에 찬성 또는 암묵적 동의를 표했다는 점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각 구단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셈법이 뻔하다. 현재 대부분의 구단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탈, 외국인 선수 합류를 기다리는 상황에 처했다.

삼성은 에이스 뷰캐넌이 경미한 부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고, 키움은 브리검이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물색 중이기도 하다. kt-LG-한화는 새 외국인 타자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빠진 주전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려 후반기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NC와 두산이 쏘아올린 공은 대다수 구단의 '이기주의'와 합쳐져 '리그 중단'이라는 결과물을 낳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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