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차혜미 기자]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kt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키움 타자 이용규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건은 이랬다. 양팀이 0-0으로 맞선 3회 초 2사 1·2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가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연달아 4개의 파울을 만들어내며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이른바 '용규 놀이'로, 데스파이네의 투구수가 늘어났다. 이용규는 끈질긴 승부 끝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따낸 데스파이네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이용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진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용규의 끈질긴 승부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용규 역시 소리를 지르며 맞불을 놓았고, 두 선수 사이 시비가 붙었다. 주위 동료들은 두 사람을 말렸고, 데스파이네가 금방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상황은 일단락 됐다.
이어진 3회 말 2사에서 이번에는 키움 투수 한현희가 조용호를 맞추면서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졌다. 조용호는 고의성을 의심한 듯 한현희에게 제스처로 어필했다. kt 선수단도 동요했다. 대기 타석에 있던 황재균은 한현희를 노려봤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한현희가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다행히 별다른 충돌없이 넘어갔다.
이용규는 상대 투수에게 까다로운 타자다.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적극적인 스윙으로 공을 커트해내며 많은 투구수를 끌어낸다.
'용규놀이'는 올 시즌 세부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올 시즌 이용규는 4일까지 총 1257구를 봤고, 타석당 투구수는 4.47개에 이른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정은원(한화이글스·4.54개)이 이어 리그 2위다.
용규놀이의 타격 때문일까. 데스파이네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3실점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의 투구수는 111개였다. 시즌 6패의 위기에 몰렸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