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사정권력기관 최고수장들의 대선출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김주언 칼럼> 사정권력기관 최고수장들의 대선출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1.07.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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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9개월여 앞두고 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주자들이 앞다퉈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본격 경선을 앞두고 지난달 28~30일 예비후보 등록을 받았다. 오는 9~11일 예비경선을 거쳐 상위 6인이 본경선을 갖는다. 이재명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두관의원 박용진의원, 이광재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이 등록했다. 정 전 총리와 이의원은 7일 이전에 단일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후보간 합종연횡도 이뤄질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내 후보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문재인대통령이 임명한 고위직 인사들이 대표주자로 나섰다.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이라는 권력기관의 수장을 지낸 사람들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퇴한 다음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의원 당내 주자들도 대권도전을 공식화했다. 지난주 복당한 홍준표의원도 대권행보에 본격 나섰지만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권은 이재명지사의 독주를 막기 위한 후보단일화 논의 등 치열한 수싸움이 예고돼 있다. 야권에선 사정기관 최고책임자로서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9명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은 야당보다 경선일정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하지만 경선일정 조율과정에서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로 갈리며 표출된 갈등은 이지사 견제를 위한 후보단일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정 전 총리와 이의원은 단일화 논의에 들어갔다. 이의원측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연대논의에 동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참여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입당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우선 전국 각지를 돌며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전언정치’의 한계를 노출했던 그가 본격 검증대에 오르는 셈이다. ‘윤석열 X파일’ 논란 등으로 ‘플랜B’로 떠오른 최재형 전 원장은 하루 앞서 사의를 표했다. 대선출마를 밝히지 않았지만, 임기 6개월여를 남기고 사퇴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참여 의지가 읽힌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와의 이견으로 정치활동 동력을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기관 수장에서 대선가도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시비도 거세다. 
국민의힘은 당내 주자들이 떠오르지 않자 이들의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견제심리도 만만치 않다. 당내 주자들의 견제도 강력해지고 있다. ‘버스 정시출발론’을 내세워 이들의 입당을 압박해온 이준석대표는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이대표는 당밖 인사들을 비판하는 홍준표의원에게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최원장에 대해서도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 충분히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사람 지지세력 간의 제로섬 게임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당내 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복당한 홍준표의원은 국민 8000여명을 심층 면접한 내용을 담은 ‘인뎁스 보고서’ 출판을 계기로 대선행보를 본격화한다. 황교안 전 대표도 저서 ‘초일류 정상국가’를 발표하고 정치활동을 재개한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경선 예비후보 등록에 맞춰 본격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희망22 동행포럼’, 원지사는 ‘원코리아 혁신포럼’ 등 지지포럼을 출범시켰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의원은 ‘세종시 수도이전’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년 대선 초기의 최대쟁점은 아무래도 ‘권력기관 최고수장의 대선출마’일 것이다. 감사원법과 검찰청법에 규정된 두 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로 나서게 한 것은 문재인대통령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사를 잘못했거나 여권이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을 과도하게 표출하며 정쟁화시켰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그러나 두사람이 대선에 나서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고 사정권력기관 수장들이 대선으로 직행하는 데 대해 여권은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현직 감사원장이 대선출마를 위해 중도에 사직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최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금도를 넘은 최원장의 행보는 윤석렬 전 검찰총장을 떠오르게 한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마치 자신의 통치권한인 것처럼 남용한 두 사람의 처신은 닮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 전 원장을 향해 “헌법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송영길대표는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중 사표를 내고 대통령선거에 야당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대표는 “최원장은 김오수검찰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위촉했을 때 ‘정치적 편향이 있다’며 청와대 추천을 두번이나 거부했다”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깬 것은 전형적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헌법 모욕”이라며 “최재형에 의해 감사원이 부정된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총장직 사퇴 이후 117일만이다. 윤 전 총장은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정치철학 면에서는 생각이 같지만 국민의힘 대선경선 참여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철학을 공유하지만 당분간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 전부터 ‘윤석열 X파일’ 논란이 터져나왔다. 그는 X파일에 대해 정치공작 불법사찰이라며 회피했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인 윤 전 총장 본인과 가족 및 측근 관련 사건만도 7건에 달한다.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중인 사건이 각각 3건과 2건이다. 법원에서는 윤 전 총장 장모 관련 재판 2건이 진행중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둘러싼 뇌물성 협찬의혹 등 부인 김건희씨 관련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중이다. 이들 사건이 X파일에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도덕성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대선 주자중 법조인에서 직행하는 사람은 최전원장과 윤 전 총장 두 사람뿐이다. 최 전 원장은 1956년생으로 65세이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판사를 하다가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윤전총장은 1960년생으로 61세이다. 충암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검사를 하다가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두 사람 모두 공부를 잘해 사시에 합격했고 평생 판사와 검사를 지낸 법조 엘리트들이다. 
두 사람의 대선도전이 부적절한 이유는 감사원의 직무독립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대선후보가 되면 그들이 지휘했던 감사나 수사 및 기소가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이 위임해준 대리권력을 행사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공권력의 사유화’라고나 할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지적대로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대선에 직행하는 것은 헌법유린이며 국정농단으로 불러도 손색없는 사건”이다. 모쪼록 내년 3월 대선에서 유권자인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기대된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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