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칼빈 필립스의 '미친 존재감'을 앞세운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를 제압했다.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소재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유로 2020 D조 1차전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 간 경기가 열렸다. 이날 팽팽한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라힘 스털링의 결승골에 힘입은 잉글랜드가 1-0 승리를 거뒀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스털링이었지만, 눈을 사로잡은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칼빈 필립스였다. 필립스는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에 포함될 당시만 해도 주전급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조던 헨더슨이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 돼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상황 속 유로 첫 경기에 선발로 출전, 자신이 왜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는지 증명했다.
필립스는 이날 키패스 1회 포함 94% 패스 성공률(31/33)을 비롯해 드리블 성공률 67%(2/3), 슈팅 1개(유효슈팅 1개)를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필 포든은 95% 패스 성공률로 잉글랜드 선수 중 유일하게 필립스보다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그보다 11개 적은 22개를 시도했다.
공수에 걸쳐 좋은 모습을 보인 필립스는 후반 12분 중원에서 공을 받아 상대 수비수 2명을 벗겨낸 뒤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를 쇄도하던 스털링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결승골이 완성됐다.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치고, 동료의 움직임을 잡아낸 필립스의 센스와 시야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이 같은 필립스의 활약에 잉글랜드는 모드리치와 브로조비치, 코바치치로 이어지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미드필더진을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승리, 결과까지 가져왔다. 또한, 러시아 월드컵 4강에서 당했던 패배에 대한 설욕도 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굉장한 활약"이라고 칭찬하며 필립스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9점을 매겼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닷컴' 역시 필립스에게 이날 경기 출전한 양 팀 29명(선발 22, 교체 7) 중 가장 높은 점수인 7.6점을 부여하며 최우수선수로 꼽았다.
필립스는 경기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도움을 기록하고, 승점 3점을 따내 기분이 좋다"라며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 하던지 상관없다. 나는 그저 내 할 일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에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경기 내내 엄청났다. 자신의 국제 무대 경력을 쌓기 위한 환상적인 출발을 했다"라고 필립스를 치켜세웠다.
D조에 속한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 외 스코틀랜드, 체코를 상대한다. 이중 가장 난적으로 꼽힌 크로아티아를 제압하는 데 성공하며 향후 일정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사상 첫 유로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는 오는 19일 오전 4시 스코틀랜드와 D조 2차전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