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정부관료와 서울 언론, ‘지역불균형 현상’에 책임 없나?

<김성의 관풍(觀風)> 정부관료와 서울 언론, ‘지역불균형 현상’에 책임 없나?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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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북적거려 고통을 겪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절대 실감하지 못할 일이 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거리에 비례하여 빈 주택, 빈 공장, 잡초만 무성한 농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의 감춰진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 위험지역이 된 곳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5개라고 발표했다. 2014년에 79곳이던 것이 26개나 더 늘어났고 92%가 비수도권이다. 소멸지역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법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 이면엔 시·군·구 46%가 소멸위험 지역

1982년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긴 했으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시행령이 점차 완화되어 수도권의 공장총량제는 의미를 잃었다. 수도권에 속속 공장이 들어서자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인재들은 수도권으로 발길을 옮겼고, 이 현상은 각 분야로 확산됐다. 대형병원들이 좋은 조건으로 간호사들을 흡입하는 바람에 지방에서는 신규 간호사를 구하기 어려울 지경이고, 지역의 주민들이 자식을 수도권으로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교실이 비어가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 교육시설과 복지시설마저 ‘국립’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에 속속 들어서면서 불균형 현상이 심해졌다. 오죽했으면 부산·경남에서 향판(한 지역에서만 재직한 판사)으로만 있다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가 된 판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2019년) ‘인사 말씀’을 통해 지역불균형 해소와 지방분권을 강조했겠는가.

지역불균형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문화시설도 빈약하고 유통시설도 수도권에 비해 수준이 낮다.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들이 많아 자식들을 여기로 보내 SKY 대학으로 진학시키기도 용이하다. 하여 지방대 출신들이 일자리가 널려있는 수도권으로 무작정 상경하고, 지방의 부모들도 자식의 교육을 위해 지방보다 10배 이상 비싼 수도권의 주택마련을 꿈꾸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지방의 소멸을 재촉하는 원인을 찾아 역(逆)으로 하면 된다. 우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자립형 사립학교 같은 중·고교와 SKY대학에 맞먹는 첨단 대학도 배치해야 한다. 정부가 단단히 각오하고 실행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 만들기-교육·문화시설 배치’ 외면하여 지방 소멸 재촉

최근 서울에서 발간되는 유력 신문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떴다.

‘“동쪽엔 文공항 서쪽엔 文공대”… 1.6조 ‘국민 등골 브레이커’’

‘동쪽의 문공항’은 부산의 가덕도 공항을 뜻하며 ‘서쪽의 문공대’는 한국전력이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세우기로 한 한전공대를 말하는 것으로 제목 자체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로 작정하고 작성된 기사였다. 전체적인 기사의 내용은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며 많은 세금을 투입하여 지방에 억지로 대학을 지어 국민 등골을 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쓴 기자가 문재인 비판에 관심이 꽂힌 나머지 간과한 것이 있다. 한전공대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 학문을 특화한 우리나라 유일의 특수 대학이고, 이 대학의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훨씬 전부터 이낙연 도지사의 공약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이 국제적 과제로 등장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대학을 세우겠다고 하면 관련학과를 가진 전국의 대학들이 반대하기 마련이다. 하여 이 기사도 문재인을 비판하면서 기존 대학의 입장을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문재인 비판을 위해 지역의 숙원사업까지 깔아뭉개는 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수도권과 영남권에 들어선 특수 대학들도 대통령들의 공약인 경우가 많았다. 광주·전남에 있는 특수 대학은 광주의 광주과기원과 전남에 들어설 한전공대 단 2개 뿐이다. 인터넷을 통해 살펴보니 그 기자는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었다. 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비판하여 조회수를 늘리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그가 만약 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진 경상남도나 전라남도 지방에 거주하고 있었더라도 이런 기사를 썼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지역불균형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지 이따위 기사는 쓰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본다.

이 기사뿐만 아니다. 서울의 언론은 지역불균형 보다는 수도권의 ‘안녕’에만 집중하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가구주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도 서울의 언론은 이를 “깍아야 한다”고 떼쓰는 기사에 집중하며 집권당을 흔들고 있다.

선거때마다 공약 나왔으나 수도권-비수도권 대결로 ‘불균형 戰線’ 확대

중앙정부도 책임져야 할 일이 많다.

지난 수십년 동안 지역불균형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은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오히려 과거 영남과 호남에서, 지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결로 전선(戰線)이 확대됐다.

이명박 정부는 5+2 광역경제권으로, 박근혜 정부는 2014년부터 4년간 165조 투입하고 특성화 전문대를 100개 이상 늘려 지역불균형을 잡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전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에 7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또한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자세로는 지역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 발상을 확 바꿔야 한다. 그 대안으로 세가지를 제안한다.

지방에만 4차산업과 자사고를 허가하는 특단 조치 필요

첫째, 국민의 생활수준을 지역별로 비교·평가할 수 있는 기본 통계자료를 만들고, 년(年)단위나 5년 단위로 수도권의 몇 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2004년부터 시행된 국가균형발전법에 모두 나와있지만 실천을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전국의 살기 좋아졌다”는 두루뭉술한 무지개빛 국토개발계획이나 ‘통계’만 제시하기보다는 지방의 소멸을 막고, 수도권 주민이 지방으로 이주할 수 있는 핵심요소인 일자리 확대, 교육·문화시설의 고급화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로 수도권의 자율형 사립고를 모두 폐지하고 소멸 위험 지역에만 이를 허가하는 한편, 고급 두뇌가 필요한 4차산업 역시 불균형 지역에만 건설하도록 하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4차산업이 로봇 중심이라서 일자리 창출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없는 것보다 있으면 지방의 인구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릴 수 있고, 지방대학도 회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 공무원과 연구자가 균형정책 세워야 ‘절박함’ 반영돼

둘째,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획자를 확 바꿔야 한다. 현재의 정책은 중앙정부 관리들이 지방정부 관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수립한다. 전형적인 책상머리 행정이다. 이렇게 해 가지고서는 지방의 간절함보다 중앙정부 관료들의 ‘수도권 중심’ 사고(思考)가 더 반영된다. 그들도 열심히 일을 한다곤 하지만 지방을 통제하는 일과 보여주기식 행정에만 익숙해져 있어서 성과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철저히 지방의 관점에서 설계를 해야 한다. 서울에 집이 없고 지방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 공무원과 지방의 연구자들이 최소한 70% 이상 참여하는 기획회의에서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도록 결정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관리들은 각 부처와의 연결문제와 재원조달에 집중하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8대 2인 국세의 7대 3배분으로 올리고, 행정의 80% 지방 이관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로서 부담이 된다면 시범사업부터 실시하여 개선점을 찾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우선 해보는 것이다.

소멸 체험학습 통해 ‘언론의 자유’만큼 ‘언론의 책임’도 가져야

셋째, 지역불균형에 대한 언론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서울의 언론은 수도권 주민만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전국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언론이 변해야 정책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기자들은 생활근거지가 수도권이어서 지방의 위기를 볼 기회가 없다. 수도권 지역에도 문제점이 많이 있긴 하지만 복잡다기한 시설이 없는 지방과 비교해 보면 이것도 호사스러운 일이다. 경쟁지와의 경쟁, 유튜브 조회수 늘리기 등 때문에 넓은 시각에서 현상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인구와 권력은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국토면적으로 본다면 13%에 불과하다. 87%를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 언론이 ‘수도권 일극 중심’을 방치하는 것은 극단적인 개인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것이고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국가가 언론을 교육시키는 것은 독재시대에나 했던 일이다. 따라서 기자협회나 편집인협회 같은 중견 언론단체가 주관하든지 지역 기자협회와 협력하여 ‘지역소멸’의 현실,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활동은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에는 책임도 뒤따른다. 그 책임을 외면하는 것은 ‘언론의 추락’이다. 따라서 이렇게 체험하는 일은 언론의 자유를 자율적으로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문대학 문공항’이라고 썼던 기자가 ‘서울의 우수 고교와 대학을 지방으로 옮기자’ ‘지역에 자족형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어 인구를 분산하자’ 아니면 주인이 떠난 소멸위험 도시의 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현장형 기사를 쓰는 기회를 갖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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