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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황당하고 어이없는’ 공수처 1호수사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1.05.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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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공수처를 요구해왔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1호수사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한 한상희 건국대 교수의 한숨이다. 한교수는 2005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때부터 16년동안 줄기차게 공수처 설치를 요구해왔다. 조 교육감은 해직교사 특채과정에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교수는 “공수처가 설립 취지나 목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과거사 청산 맥락에서 해직교사를 복직한 절차상 문제를 1호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수처가 출범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민주당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이낙연 전대표는 “공수처 1호수사가 해직교사 특채라니 뜻밖”이라며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랐던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수처는 엉뚱한 1호사건 선정으로 존재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와 검사범죄에 칼을 대야 한다는 뜻이다. 추미애 전법무부장관도 “공수처 칼날이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라고 언급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도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이수진 민주당의원은 “우도할계(牛刀割鷄),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써서는 안된다”며 “조교육감을 수사하겠다는 건 전형적 눈치보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의원도 “공수처마저 검사들의 비리에서 눈 돌리고 무슨 교육감을? 그마저 감사원이 고발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검찰 고위층 연루 사건은 쳐다보지도 않고 묻어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1000여건이 넘게 접수된 권력형 비리 등 고위공직자 대상 수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의혹은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불거진 전교조 교사 해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던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처벌근거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폐지를 요구해온 악법이다. ILO 핵심협약이 일찌감치 비준됐더라면 쉽게 해결될 과제였다. 조교육감은 2018년 5명의 해직교사를 특채형식으로 복직시켰다. 그런데 조교육감이 이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배제를 지시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이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특정인을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하는 등 채용업무를 부당 처리했다”는 이유였다. 감사원은 심사위원 선정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서울시 교육청 직원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또한 특별채용을 검토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조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그러나 뇌물 등 비리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적 감사”라고 지적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법에 의해 해고됐던 교사들을 복직시킨 건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평생을 민주화와 사회정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온 조희연 교육감이 공수처 1호사건으로 입건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교육감은  “특채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고 제도에 따른 인사절차를 거쳐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특별채용으로 조치한 건데, 이를 의혹으로 규정해 입건한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 14개 시도교육감들도 감사원 고발과 공수처의 수사개시에 유감과 우려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서울시 교육청 특별채용 사안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무리한 형식주의 관점에서 특별채용의 취지를 도외시하고 사안을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중대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제쳐두고 이 사안을 제1호 사건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교육감들은 교원특별채용제도는 학내분규 등으로 교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교사에 대한 복직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교육감 고유권한에 속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도 공수처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는 “권력비리를 잡으라고 만든 공수처가 조희연 교육감의 과거사 청산을 발목잡으려고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는 “조교육감 특별채용의혹은 감사원의 무리하고 편향적 감사로 논란이 됐던 사안인데, 이를 수사대상으로 정한 것은 공수처가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도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교육공무원법으로 교육감에게 위임된 권한”이라며 “공수처의 존재이유를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여론도 공수처의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TBS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 14~15일 진행한 조사 결과이다. 공수처가 1호사건으로 해직교사 특채의혹을 택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46.2%가 ‘적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25.4%)보다 20.8%p 많았다. 모든 응답층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다수인 가운데, 50대(53.6%) 40대(50.8%) 인천/경기(50.6%) 서울(48.7%)에서 높았다. 보수성향층(50.2%) 진보성향층(49.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8.7%) 국민의힘 지지층(47.1%) 등 양진영에서 비슷하게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전국 만18세이상 성인남녀 10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6.9%)
공수처는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며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수사의뢰가 아닌 고발을 했기 때문에 수사과정이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1호수사로 주목을 끌면서 공수처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청은 2018년 당시 특별채용이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시 의회에서 당연 퇴직한 교사 5명에 대한 특별채용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채용절차에서 관련자 5명을 특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청은 당시 감사원이 ‘심사위원들에게 당연 퇴직자를 위한 채용임을 알려 사실상 해당교사 5명을 노출했다’는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조사했다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실무자 8~9명을 수사수준으로 조사한 데다 “매뉴얼도 없는 사안을 위법이라고 주장해 황당할 따름”이라는 지적이다.
수사이후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이상 경찰공무원에 한해서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나머지 고위공직자 범죄는 수사만 하고 검찰이 기소여부를 판단한다. 공수처는 의견제시만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1호수사으로 선정하면서 기소단계에서 검찰과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교육감 기소여부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의 의견이 다를 경우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채된 해직교사들은 진즉에 복직했어야 했다. 적폐청산의 맥락에서 이뤄진 해직교사 특채를 절차상 문제로 공수처가 1호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개혁을 위해 온갖 시련을 거쳐 성취해낸 공수처는 설립취지를 다시한번 숙고하기 바란다. 아무리 제도가 잘 정비되었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에 문제가 있다면 개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공수처의 1호수사를 ‘선무당의 칼춤’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태어난 조직임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한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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