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편일률적 징계는 그만

[기자수첩] 천편일률적 징계는 그만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05.20 09:00
  • 수정 2021.07.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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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삼성 김진영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만취 상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과 추돌했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축제를 앞뒀던 프로농구. 이 사건으로 인해 다른 의미의 주목을 받았다.

KBL은 김진영에게 27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700만원, 사회봉사 120시간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재정위원회는 심의 결과 발표와 함께 “공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농구 이미지를 실추한 점, 지난 4월 30일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소속 구단 및 연맹에 신고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삼성 구단이 자체적으로 내린 54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1000만원, 사회봉사 240시간 징계보다 가볍다. 그런데 음주운전 관련 KBL이 내린 징계 중 이번이 역대 2번째 중징계란다.

지난 2018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박철호(前 부산 KT)는 당시 36경기 출전 정지, 제재금 1500만원, 사회봉사 120시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진영의 징계는 이 뒤를 잇는다. 3년 전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물론 당시 박철호는 형사처분을 받았고, 김진영은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합의를 하면 죄의 무거움이 줄어들고, 징계 수위가 낮아져야 하나?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경미하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사라질까? 3주간 구단과 연맹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 지난달 말 언론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면, 은폐 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유야무야 지나가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선수 입장에서는 시즌의 절반을 뛸 수 없는, 추후 FA 자격 획득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KBL의 27경기 출전 정지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봤을 경우는 그렇지 않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팬들의 비판이 왜 나왔겠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 관련 강력 처벌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지난 2018년 11월 윤창호법을 통해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맞춰 체육계 역시 음주운전 선수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봤듯이 시간이 흘러도 과거와 같거나 별 차이 없는 ‘판에 박힌듯한’ 징계는 여전하다. 

인명피해 발생 및 실형 선고 사례와 단순 음주운전 적발 사례에 대해 다른 징계 수위를 적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례에 대해 과거 수위가 적용된 징계가 내려지고 있는 것은, 현시점 국민 정서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프로스포츠가 국민들의 사랑을 계속 받고 싶다면, 이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바뀌어야 한다. 선수들 역시 음주운전을 비롯해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가 본인과 주변인, 소속 종목과 구단, 한국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열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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