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펭귄, 경쟁 피해 영역 나눠 사냥

남극 펭귄, 경쟁 피해 영역 나눠 사냥

  • 기자명 한민정 기자
  • 입력 2021.04.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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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 번식지·종 다른 펭귄 취식행동 비교 분석... “환경 적응 위해 공존서식 보여주는 사례”

[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 극지는 남극과 북극을 지칭한다. 극지는 지구상 양극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청정 환경 공간으로서 기권, 지권, 수권, 생물권, 빙권의 환경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는 또 하나의 소지구적 영역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반응이 가장 먼저 그리고 민감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등에 GPS와 수심기록계를 부착한 젠투펭귄
등에 GPS와 수심기록계를 부착한 젠투펭귄

극지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등장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더욱 중요해졌다. 세계적으로 극지의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이 날로 커짐에 따라 극지에 대한 과학 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는 2개의 남극과학기지와 1개의 북극과학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까지 우수한 극지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극지연구소는 번식지와 종이 다른 펭귄들이 하나의 사냥터를 두고 공존하는 비밀을 풀어냈다. 남극 펭귄들이 경쟁을 피해 서로 영역을 나눠 사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은 같지만 번식지가 다른 펭귄들은 사냥하는 지역이 거의 겹치지 않았고, 종이 다른 경우에는 사냥하는 지역이 상당히 겹쳤지만 먹이에 차이가 있었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와 인천대 김길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7년 12월, 2018년 1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두 곳의 펭귄 서식지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각 32마리에 관측 장비를 부착하고 취식행동을 관찰했다.

연구지역은 남극특별호보구역인 나레브스키 포인트(Narebski Point, 이하 NP), 그리고 아들리섬 (Ardley Island, 이하 AI)으로 각각 수천 쌍의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이 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NP에는 약 5500쌍(턱끈 2918, 젠투 2604), AI에 약 7200쌍(턱끈 20, 젠투 7227) 서식하고 있다.

두 서식지는 맥스웰 만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데, NP의 펭귄들은 먹이를 잡기 위해 AI 펭귄들보다 최대 2배 이상 먼 거리를 이동했다. 사냥 지역이 겹치는 정도는 평균 26.4%로 턱끈 펭귄이 25.9%, 젠투펭귄이 26.9%로 서로 경쟁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같은 서식지에 사는 턱끈펭귄과 젠투펭귄 끼리는 사냥지역이 평균 54.0%이다. 턱끈 펭귄 57.8%, 젠투펭귄 50.3%로 상당히 겹쳤지만, 선호하는 먹이, 사냥 심도 등이 달라서 경쟁은 덜 치열할 것으로 추정됐다. 혈액 검사에서도 잡아먹은 먹이 성분에 차이가 확인됐다.

펭귄의 추적연구는 장비를 펭귄에게 부착하고 회수하는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를 위해 허가받은 소수의 인원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량의 자료 확보가 어렵다.

GPS, 수심기록계 등은 이전 펭귄 연구에 많이 사용됐지만, 서로 다른 서식지에 사는 두 종의 남극 펭귄의 취식 행동을 동시에 비교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환경부 남극특별보호구역 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수의과학 분야의 상위 학술지 Animals 2021년 2월호에 게재됐으며, 최근 3달 간 해당 학술지에서 출판된 논문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연구성과 중 하나로 꼽혔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는 “펭귄이 남극 환경에 적응하면서 공존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남극 펭귄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앞으로도 연구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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