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섬에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그리움이 다할 때까지

저 섬에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그리움이 다할 때까지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1.03.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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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128회>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포항・성산포등대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성산포는 제주특별자치도 동쪽 끝, 성산반도에 있는 천연 항구다. 한 때 제주 어업의 중심지였다가 제주항 확장으로 지금은 관광과 원양어업기지 역할을 한다. 최근 제주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며 여론의 중심에 있다.

성산포 오른 편에 제주 제1경인 성산일출봉이 있다. 일출봉은 독특하고 웅장한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해발 180m 일출봉은 제주도 수많은 분화구 중 바다에서 폭발한 수성화산활동으로 생긴 오름이다.

성산 일출봉
성산 일출봉

수성화산활동은 뜨거운 마그마가 치솟다가 바닷물을 만나 끓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화산활동을 말한다. 성산일출봉은 마그마와 물이 만나는 과정에서 물이 마그마보다 많은 탓에 암석이 축축하게 젖어 공중으로 튀었다가 천천히 떨어지며 쌓여 경사진 ‘응회구’ 화산지형이다.

일출봉 아래 성산리는 인구 1671명이 거주한다. 선원들이 많이 사는 이 마을은 제주도 7개 자연유산마을 중 가장 작지만 관광객은 가장 많은 마을이다. 성산일출봉은 연간 300만 명이 찾는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바다를 이용한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시설이 있었을 정도로 외침이 잦았다.

성산포 전경
성산포 전경

성산포는 쉴 새 없이 선박이 드나들며 생동감을 더한다. 성산포는 제주도 대표 연안항이다. 제주 연안항은 성산포를 비롯해 화순항, 한림항, 애월항, 추자항이 있다. 무역항은 제주항과 서귀포이고 국가어항은 도두항, 김녕항, 위미항, 모슬포항, 신양항이다.

성산포는 연안화물, 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여객선 교통편의를 위해 1968년 1월 연안항으로 지정됐다. 2002년 12월에는 제2차 전국항만 기본계획을 고시를 통해 제주도 동부지역 연안화물과 수산물 유통기지, 동부권역 어선의 모항역할이 부여됐다.연안항은 항만법에 의해 국내 항구 간을 운항하는 선박이 입출항하는 항만이다. 무역항은 외국 무역선이 출입하고 무역화물이 취급되는 항만이다. 국가어항은 전국적 어항이면서 외딴 섬에 위치해 어장개발, 어선대피에 필요한 어항이다.

성산포 황색등대와 어선
성산포 황색등대와 어선

성산포항은 멀게는 107.8㎞ 항로인 성산포~전남 녹동항의 정기 여객선이 운항 중이고 가깝게는 3.8㎞ 항로인 성산포~우도 철도선이 10~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잠수함과 유람선도 승선 인원에 따라 수시로 운항한다.

성산포 해안에 서면 특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항구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방파제가 있고 그 방파제 끝에 한 개씩 등대가 있다. 그러나 성산포항은 수평과 수직으로 방파제가 에워싸였고 그 방파제마다 등대가 있다.

이생진 시인의 연작시 ‘그리운 성산포 4’에도 성산포방파제와 등대가 등장한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달만/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방파제 빨강등대
성산포방파제 빨강등대

성산포는 일반적인 다른 항・포구와 달리 등대가 빨강등대, 하양등대, 황색등대 등 3가지 색깔의 등대가 서있다. 등대는 어민들이 생활하는 전통어촌 포구로써 기능과 낚싯배, 여객선, 원양어선이 이용하는 선박이 저마다 목적에 맞게 항해할 수 있도록 신호등 역할을 해준다.

성산포 왼쪽에는 오조리가 있다. 일출봉 서쪽으로 900m 거리에 있는 어촌이다. 일출봉 해가 떠오르면 오조리 앞 바다에 햇무리가 펼쳐진다. 동시에 황근 자생지 식산봉의 너른 오름 일대로 햇살이 서서히 부서지면 이 마을의 평화와 신비로움이 더해진다.

오조리는 해녀들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작업하는 ‘뱃물질’이 유난히 활발했던 마을이다. 오래 전부터 배를 잘 짓는 목수들이 많아 선박을 제조하는 어촌으로도 유명했다. 지금도 해녀들이 많이 활동해 별도의 해녀의 집이 있고 전복 전문점들이 들어서 있다.

우도에서 성산포로 돌아오는 여객선
우도에서 성산포로 돌아오는 여객선

황색등대는 전파를 쏘는 일반 등대와 달리 특수표지라고 부른다. 특수표지는 선박의 통항이 많고 해양 기상상태가 불규칙하거나 조류 영향으로 해양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그런 우려가 높은 곳에 설치한다. 이런 등대는 인근 유인등대에서 레이더 화면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지원한다.

반면 성산포항 빨강등대는 입항하는 어선과 여객선이 가장 먼저 만나는 등대이자 출항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만나는 등대다. 이곳을 항해하는 선박은 빨강등대를 기준으로 우측으로 항해한다. 이러한 기준은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등대운영에 관한 적용방식으로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우도 쪽에 직선으로 뻗은 빨강등대의 공식명칭은 성산포방파제등대, 왼편 오도리 쪽의 일자형 방파제등대는 성산포외항 방파제등대다.

성산포 맞은 섬이 화산섬 우도. 성산포와 우도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바늘과 실의 관계다. 우도 주민과 이곳을 찾는 여행객은 성산포항에서 배를 탄다. 우도등대는 제주에서 최초로 세워진 등대다. 일본은 러일전쟁 때 우도와 성산포 사이 우도해협의 거센 물살로 인해 군수물자를 운반하면서 잇따라 조난사고가 당했다. 그러자 우도 사람을 강제로 동원해 등대를 세웠다.

우도등대 불빛은 자그마치 50km 떨어진 해역까지 비춘다. 등대는 러일전쟁과 이후 사용하다가 2003년 12월에 우리 기술로 새 등대를 세웠고 옛 등대는 우측에 문화유산으로 보존 중이다. 일본인들은 우도와 성산포 사람들 노동력과 수산물을 착취해 성산포 해협을 통해 자국으로 운반했다. 이를 항거한 해녀들의 희생을 기리는 탑이 우도항 입구에 세워져 있다.

횟집거리
횟집거리

성산포방파제 주변 수심은 3.5~7.5m. 대부분 암반지대다. 암초는 성산포방파제 밖으로도 넓게 분포해 무인등대 일종인 등표가 여럿 설치돼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06년에 강력한 빛 에너지를 발산하는 LED등명기로 성능을 높여 선박들이 밤에도 등대 빛을 통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일대 무인등대들은 인공위성(GPS)에서 전송되는 정보를 실시간 전송받아 불빛을 점등시키는 방식이다.

성산포 앞 바다에는 늘 낚싯배들이 많이 떠있다. 방파제 주변은 들물과 날물 때 입질이 좋다. 제주여행 패키지상품 중 낚시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면 성산포방파제와 우도 사이에서 낚시하는 경우가 많다. 성산포방파제등대 그러니까 빨강등대 주변은 낚시 포인트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곳이다. 대표 어종은 참돔, 돌돔, 벵에돔, 볼락, 무늬오징어, 독가시치 등이 잡히고 민장대, 릴, 루어낚시가 가능하다. 여행상품에 들어있을 경우는 모든 장비를 제공한다.

성산포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제주공항 1층 1번 홈에서 급행버스 110번을 타면 성산포항이 종점이다. 110-1, 110-2번 버스는 여러 마을을 거쳐 상산일출봉을 거쳐 성산포항에 도착한다. 승용차의 경우 내비에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을 검색하면 된다. 문의: 서귀포시 관광진흥과(064-760-2653)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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