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코끼리 다리만지기格’ 풍력발전 정책

<김성의 관풍(觀風)> ‘코끼리 다리만지기格’ 풍력발전 정책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2.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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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동의 바탕 ‘탄소중립 대장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신안군에서 있은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투자협약식에 참석하여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을 투자해 원자력 발전소 8기에 해당하는 8.2G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본격적인 해상풍력발전시대를 열게 됐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국가적 과제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신호탄이기도 하다.

풍력발전, 농산어촌 전통적인 삶 무너뜨려

그러나 농산어촌 풍력발전은 입지선정단계에서부터 건설까지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왔던 삶의 환경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워지고 있는 6MW짜리 풍력발전기는 기둥 높이 122.5m에 날개 지름 155m, 총높이 200m로 여의도 63빌딩(250m)의 5분의 4 크기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기계가 집앞에 줄줄이 세워져 소리를 내며 돌아가게 되니 어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저주파, 소음, 가축 불임 등 피해 정도도 어느 정도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해당사자들 모두 ‘코끼리 다리만지기’ 격의 주장을 펴고 있다. 도시 주민들은 이를 아예 외면하고 있다. 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해당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접점을 찾아서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경상북도 영양군은 풍력발전기 59기가 현재 가동 중이고 27기가 공사 중인 가운데 총 190기가 추진중에 있어 주민들은 “이제 지을만큼 지었으니 더이상 짓지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7년 2월에는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인 충남 태안군 천수만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 해 충남 환경단체가 반대했으며 생태환경이 뛰어난 경북 청송군에도 풍력발전기 24기 설치를 추진하자 귀농·귀촌 희망자가 정착을 포기하여 인구유입이 무산됐고 토지거래도 줄어들었다. 
최근 전남에서도 지방의회가 관련 조례를 멋대로 개정하거나 개정을 시도하자 항의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화순군의 경우 2019년 8월 풍력발전기 설치시 이격거리를 마을의 경우는 2km, 10가구 미만은 1.5km를 두도록 한다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런데 1년 2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주민 항의시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가 1.2km-0.8km로 바꿔버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개발업체가 개발행위 허가신청서를 군에 제출해 양쪽이 짜고 벌이는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했다. 또 반대대책위측은 한 군의원이 이장들에게 현금을 주면서 동의서를 받아달라고 했다고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순천시 역시 지방의회가 이격거리를 좁히는 조례 개정안을 준비하자 반대대책위측은 “지역 국회의원이 시켰다”며 민주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최근에는 농업진흥구역 농지에도 태양광 발전을 허용하자는 농지법 개정안이 제출되자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설치때문에 갈등을 빚어온 전남도내 29개 지역 농민들이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를 구성하여 반대운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중앙·지방 정치인 결탁했다” 반대측 항의시위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전남 신안군은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주민도 투자하여 이익을 공유하는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여 올해 4월부터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발전소 거리에 따라 매달 최소 14만원에서 최대 42만씩 배당받을 수 있게 됐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소와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면 주민 1인당 연 최고 600만원의 소득이 발생할 전망이다. 영광군도 개발업체의 지원금으로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한 ‘군민햇빛발전소’(8.4MW 태양광발전단지)를 운영하며 연간 8억원 이상의 소득을 창출하여 배분한다. 이러한 이익공유제가 구체화 되면서 여러 지방정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신안·영광은 ‘이익공유제’로 주민들도 협력

반대하는 주민들 대부분은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풍력발전소 설치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몇 십조를 투자하여 국가에너지 정책을 대전환하면서 기준도 없이 지방정부에 떠넘겨버린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우선 이격거리를 정하고, 지리적 여건에 따라 융통성있게 적용하도록 해야한다. 풍력발전기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면 의료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 
둘째, 풍력발전에 이익공유제를 적용해야 한다. 전남 신안군과 영광군처럼 주민 조합을 결성해 발전의 이익을 대기업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호주머니에도 들어오도록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셋째, 개발행위 허가과정이 주민중심이 되어야 한다. 현재 산자부만 가지고 있는 주민수용성제도(주민 70% 이상 찬성)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도 갖도록 하는 한편, 전문가·찬반 주민 대표·지방의원·먼저 설치된 지역의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하여 깊이 논의한 뒤 개발행위 허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앞세운 현지업체로 위장하여 온갖 입발림으로 최종허가를 받은 뒤 대기업에 팔아넘기고 떠나버리는 사기행위도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개발업체가 낸 돈으로 대행업체가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신뢰도가 낮으므로 정부가 돈을 내 평가의 공정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현실적인 에너지 자립화를 세워야 한다. 위험부담이 큰 대규모 사업부터 하겠다고 달라들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전기를 얻을 수 있는 민간주택-공공건물의 지붕과 벽, 고속도로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이 가지고 있는 수원지나 사람이 살지 않는 광대한 부지에서부터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민간과 중소기업에 설치비용을 대출해주는 공공기금도 만들어야 한다.    

시간 걸리더라도 주민 건강권·환경권 지키며 진행해야

원자력 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원자력의 위험성과 탄소배출을 줄여 우리 삶의 질을 쾌적하게 하자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국민의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 침해는 물론 촛불정부의 성립 이유인 민주적 의사결정마저 외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자원부와 관련 부처 등은 국민의 입장에서 소홀히 해왔던 부분을 수정하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대장정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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